[제주=환경일보] 김태홍 기자 = 운전면허 기능시험에 경사로와 가속코스, 직각주차(T자 코스)가 추가되면서 이른바 ‘불면허’로 불리는 새로운 운전면허시험제도가 최근 시행된 후 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불합격자가 속출했다.

27일 제주운전면허시험장에 따르면 면허시험 개편 첫날인 22일 기능시험 응시자 38명 가운데 7명만 합격했다.

운전면허 강화 전날인 21일에는 45명이 응시해 35명이 합격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26일에도 장내시험에서 41명이 시험에 응시했지만 이 가운데 6명만 합격했다.

1종 면허 응시자 가운데 경사로에서부터 올라오지 못하고 시간을 끌다 불합격이 되거나 T자 코스에서 대부분 감점을 많이 받아 합격선을 넘지 못했다.

응시생들에겐 코스 곳곳이 함정이었다. 최고 난이도로 예상됐던 직각주차 구간은 물론, 경사로 구간과 가속코스 구간 등에서도 골고루 실격자들이 나왔다.

실격자들이 속출하자 관리자들까지 덩달아 분주해졌다. 실격자가 나오면 관리자들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해당 차량으로 달려가 운전대를 바꿔 잡아야 한다. 현장 관리자들이 코스 안에 배치됐지만 기존 50m에서 300m로 늘어난 코스와 5분 단위로 나오는 실격 방송 탓에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지 5분도 안돼 불합격자가 속출하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어려워진 면허시험을 실감했다.

그동안 ‘물면허’라 불릴 만큼 쉬웠던 운전면허시험이 확 바뀌게 된 건 2011년 6월 이후 간소화된 면허시험 탓에 교통사고 위험성이 커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운전면허시험에선 기능시험의 경우 장내 기능시험장의 주행거리는 기존 50m에서 300m 이상으로 늘어났고 경사로와 직각주차, 좌·우회전, 신호교차로, 가속 코스가 추가돼 평가항목이 기존 2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학과시험은 문항 수가 기존 730개에서 1000개로 늘어났다. 난폭·보복운전 금지 등 최근 개정된 법령과 보행자 보호, 긴급 자동차 양보 등 안전운전에 필요한 교통법규가 문항에 추가됐다.

제주운전면허시험장 시험부 홍창주 차장은 “운전면허 간소화 시에는 합격률이 85%였으나 운전면허 강화로 15%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직각주차, 경사로, 가속코스구간이 추가되면서 합격률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했다.

홍 차장은 “운전면허시험이 어려워질수록 실전 운전은 쉬워진다. 2011년 6월30일부터 운전면허 간소화가 시행된 이후 운전미숙운전자들이 난립했지만 이번 운전면허시험 강화로 양질의 운전자가 배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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