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미국 공화당과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 및 외교정책을 분석해 향후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임성호 국회입법조사처장이 좌장을 맡은 토론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사진=박미경 기자>

 

[국회=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최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국제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군이나 정치 경력이 전무한 아웃사이더이자 기후변화 이론이 사기라고 주장하며 ‘화석연료시대 회귀’를 골자로 한 에너지정책을 주창해왔기에 향후 국제사회에 미칠 파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변하지 않는 상수로 여겨져왔던 미국이 기존과 다른 정책을 펼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국가 차원의 대응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미국 대선의 함의와 한국의 대응방향’을 주제로 외교안보, 대북관계, 산업통상관계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미국의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좌절을 경험한 중산층 이하 백인들의 표심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호무역정책과 경기부양책을 통한 미국 내수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반이민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주장은 다수 미국민들의 지지를 얻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화석연료 회귀로 국내 전통제조업 타격

▲전은경 입법조사관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정건 교수는 “트럼프를 두고 미국의 중요한 정신인 ‘자유’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개인적인 자유만 부르짖을 수 없는 국가다. 국제사회 위상에 맞는 책임감, 공동체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정책기조는 ‘반(反)자유무역’으로 향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무역협정 폐기 또는 재검토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 멕시코, 한국 등과의 교역에서도 강도 높은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파리기후협정 역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 폐기할 가능성도 짙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관련국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팀 전은경 입법조사관은 “트럼프는 중국을 두고 환율조작국이라고 강조하며 수위 높은 비판을 해왔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 올리고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린다면 상당한 무역보복을 당한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멕시코, 한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국가를 시범사례로 적용해 제재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전통제조업의 부활에 집중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철강, 섬유산업 등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통 제조업은 경쟁력에서 불리하지만 친환경 자동차, ICT 산업은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공약 이행 가능성과 정책지속성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이슈마다 달리한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은경 입법조사관은 “미국이 주도하던 TPP가 사실상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기지뿐만 아니라 소비시장으로 위상이 커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한 아시아·태평양시장 진출기회를 잡는다던지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웅조 입법조사관

북미대화 견인 등 외교력 집중해야
한편 트럼프 당선자가 핵이나 환경 또는 인권문제 등에서 국제사회가 중시여기는 국제규범을 경시하고 있어 세계 안보상황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유웅조 입법조사관은 “기존에는 미국의 지지와 협력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정립하는데 중요한 변수였지만 트럼프가 제시하고 있는 ‘신 고립주의’가 구체화된다면 한미관계가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며 “독자적 능력과 입장에 근거한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한국의 역할 정립도 요구된다. 이승열 입법조사관은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추가적인 핵·미사일 시험을 한다해도 북미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북미 직접대화에서 북한은 남한을 대화협상에서 제외(통미봉남 전략)시킬려고 할 것이다. 직접적으로 우리가 나서지 못하더라도 미국과 공조체제를 강화해 협상을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의 성공과 실패라는 가능성을 고려해 대응전략을 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차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성급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선 유세와 실제 정책 이행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약에 치우쳐 대응전략을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많고 트럼프 본인도 공약을 번복, 수위를 온건하게 조정하는 등 공약 이행여부가 분명치 않다.

 

새로운 변화를 앞둔 시점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재정립하고 주도하는 외교정책 구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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