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강기성 기자 = MB자원외교 수사를 시작으로 경남기업 베트남 사업 비리와 과거 권력실세의 이름까지 회자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편으로 기업사활을 주도하는 자금 흐름에 대한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기업의 사활은 유동성에 달려있으니, 베트남 비자금 사건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경남기업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의 신규자금 투입으로 워크아웃을 재차 졸업하며 묻혀버릴 가능성이 충분히 내재돼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판단 기준은 민간기업들의 주채권단이었던 과거 사례들이 되겠고, 업계는 신한은행이 기업들 자금사정에 대형 시중은행으로서 실리위주의 무책임한 행보를 이어왔다고 지적한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경남기업이 2차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대상으로 거론되던 2008년 9월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금융지주 고위관계자에게 “경남기업을 워크아웃에서 제외해 달라”고 청탁한 것을 확인했다.

경남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정부 지원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가 지난 20일 경남기업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을 압수수색했다. 신한은행과 동일선 상에서 금감원 역시 감사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남기업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에서 자금지원 회의가 열렸고, 특히 속전속결 마무리된 3번째 1000억 지원은 회의장소가 금감원이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민간기업인 신한은행과 공공기관인 정부의 관계는 밀접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경남기업이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의 전폭적인 자금지원으로 세 차례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자원개발 비리에 연루 그리고 회장일가의 계열사 자금 빼돌리기 등의 복잡한 관계에도 자금줄로 수사망을 피해 자리를 지킬 수 있던 것은 해당 정치권력과 연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경남기업이 3차 워크아웃이 개시될 당시 성완종 회장이 19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부당한 외압이 작용했을 것이란 근거로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의 증언에 따라 모든 것을 밝혀질 예정이다.

 

MB정부의 자원외교를 빙자한 성공불융자와 일반융자대금을 통해 가능했고 신한은행이 그 통로였다는 결론으로 수사가 귀결되리라 업계는 예측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해 MB정권의 책임으로만 모든 것을 돌리진 않는다. 수백억의손해를 입은 채권단 내부에서는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된다.

 

한가지 드러난 근거로 신한은행의 경우 주채권은행으로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위해 경남기업에 사외이사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실제 경남기업의 사외이사 2명중 1명은 신한은행 기업여신관리부장을 지낸 이영배씨가 등기임원으로 올라 있다.

또한, 신한은행이 민영은행임에도 국책사업에 얼마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주한미군이 1991년부터 13조원이 이르는 방위비 분담금을 신한은행 이태원지점에 맡겨온 사실이 확인됐다.

 

주한미군의 미집행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0년 만에 11억에서 760배인 7611억으로 증가했는데, 신한은행에 예치된 금액의 이자만 대략 1000억을 넘길 것으로 추산되며, 이 사실은 민영 은행으로 정부가 묵인한 특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신한은행 민간기업 채권단 기급자급지원 시 반대매수청구 사례>



 

 

 

 

 

 

 

 

 

 

 

 

 

 

한편으로 신한은행의 채권단으로 근래 수년간 행보를 돌아보면, 이윤 추구에 충실한 사기업이자 금융기관으로써 기업들에 냉정한 모습을 보여왔다.

 

유동성 부족으로 워크아웃에 처하고 긴급자금이 필요하거나 위기에 몰린 사기업들에게 장기적 투자보다 단기적인 보상에만 치중해 업계에서는 소문이 좋지 못하다.

 

공공기관으로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서 살리려는 산업은행과는 대조적으로 지분 자격을 이용해 실리만 챙기려는 업계 내 대처를 보여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를 나열해 보았다.

팬택에...장기적 가능성인 기술력 무시하고 단기 수익에 집착 
먼저 지난 3월 8일 공개매각절차를 밟을 예정인 휴대폰제조업체인 팬택이다. 팬택은 201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기술력으로도 인정받던 기업이었다.

 

2013년 긴급지원을 요청했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60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 중 누락된 20%가 신한은행 몫이다.

 

산업은행은 불황에 따라 어려움을 겪게 되는 기업들에게 민간은행들의 역할이 중대함에도 자금 지원을 거부한 신한,하나,국민 세 은행을 제외하고 1600억원 자금수혈 수정지원으로 공개매각에 이르렀다.

 

팬택은 업계에서 기술력으로 인정받았고, 지난해 12월 매각 관계인집회에서 청산가치가 1505억원으로 계속기업차지 1114억원보다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SPP조선에... ‘조건부동의’ 7%지만 손해보지 않겠다

SPP조선의 485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지원과 관련해서는 채권 비중이 7%에 불과한 신한은행은 다른 채권은행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가 없다면 자금지원에 동의한다는 ‘조건부 동의’의견을 낸 상태다.

 

SPP조선 추가 지원에 찬성의사를 밝힌 건 국책은행 4개사인데 이들의 채권 비율은 전체의 약 70%로, 의결권 기준인 75%에만 미달이다. 즉 의결권 7%를 보유한 신한은행이 신규자금 지원안에 찬성했다면 다른 은행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는 의미없이 가결 통과될 사안이다.

 

채권단의 만장일치를 얻어내기 위해서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기업 회생과는 무관한 전략인 셈이다.

대한조선에...부실채권 운용사와 한 배타고, 기업 회생엔 무관심  

또한, 대한조선의 구조조정 작업을 삐걱거리게 했다는 평가다. 지난 2013년 8월 신한은행과 부실채권 전문 자산운용사인 파인트리가 대한조선 채권단에서 갑작스레 발을 뺐다. 역시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는데, 곧 남은 채권단에게 1300억원의 보유 채권을 대신 팔겠단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대한조선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나중에 선박건조 대금을 받으면 우선적으로 채권단에 갚게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동의했는데, 산업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동의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은 대한조선에 출자전환한 주식 540억과 채권 400억원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손해는 보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같은 해 12월 대한조선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도중에 4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현재 채권금융기관의 주도로 진행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회생절차에서 산업은행에 신규자금을 지원받아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은 상태다.


교학사에... 6개 채권단 50억 신규자금지원 분위기지만 1억5000만원도 못내겠다.

2013년 12월 교학사에 대해서도 신규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채권단에서 빠지기로 했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7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교학사에 일년까지 기존 채권 상환을 유예해주고, 신규 자금 50억원도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재차 채권단에 신규 자금 지원 방안에 대한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고,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여 신한은행의 기존 채권을 청산가치 수준에서 매입했다.

 

신한은행의 채권액 비율이 2.9%로, 자금 지원 규모도 1억5000만원에 불과한데 굳이 지원에 동참하지 않는 무책임함이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교학사 채권단은 하나은행(41.4%), 산업은행(23.7%), 우리은행(18.1%), IBK캐피탈(7.5%), KT캐피탈(4.5%), 그리고 신한은행(2.9%) 등이었다.

이번 검찰 수사에 따라 경남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 방안은 곧 확정된다.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에 회의적인 반응이어서 부채가 자본보다 많은 자본잠식된 경남기업은 상장폐지는 물론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기업 채권단은 지난 20일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3차 회의를 열고 경남기업이 요청한 11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과 9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출자전환에 대해 논의했다.

 

경남기업 채권단은 신한·수출입·우리·국민·농협·산업·기업은행 등이다. 채권기관 별 채권비율은 신한은행 15.9%, 수출입은행 13.6%, 우리은행 12.9%, 서울보증보헙 9.7%, 무역보험공사 5.5%, 농협 5.1%, 산업은행 5.7%, 국민은행 2.8% 등이다.

추가 자금 지원안이 확정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하다. 상당수 채권기관들은 경남기업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다. 자원외교 비리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경남기업에 추가 자금을 지원할 경우 비리 기업을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간 경남기업의 정권 연루 비리가 도려내진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어떤 태도를 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남기업은 지난 17일 주요주주인 성 회장이 경영권 및 지분 포기 각서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신한은행에 제출한 상태이다.

come2kk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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