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절반도 못 쓰는 공무원 연가를 100% 사용하게 되면 절감된 연가보상비를 재원으로 9급 공무원 1만4천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공공부문 연차휴가 100% 사용 시 발생하는 재정규모와 신입 청년 고용 창출 효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가를 제대로 사용하면 공무원의 피로를 줄이고 여가를 즐길 수 있고, 보상금을

아껴 신규 인원을 채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무원을 포함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근로기준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연차휴가를 보장받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 의거 근무연수에 따라 최대 21일까지 연차휴가의 다른 이름인 연가가 부여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이 규정에 따라 연가를 사용했다.

그런데 대다수 공무원은 연가를 절반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15년 공무원 연가사용실태’에 따르면 공무원은 주어진 연가일수(평균 20.6일)의 48.5%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고용노동부가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차휴가 사용률 60.6%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미사용 연가보상비 연간 1조5천억

 

휴가를 휴가답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미사용 연가에 대해서 지출되는 연가보상비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에 재정운용 측면에서도 문제다. 보고서는 공무원 연가를 100%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그에 따라 절감되는 연가보상비의 규모를 추산하고, 이를 재원으로 공무원을 신규 채용할 경우 몇 명까지 가능한가를 추정했다.

분석대상은 2016년 말 기준 전체 국가 및 지방직 공무원 125만8829명 중 연가보상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장·차관이나 방학이 있는 교원 등을 제외한 89만5386명이다.

 

이들이 연가를 100% 사용할 경우 절감되는 연가보상비는 퇴직공무원 평균재직기간 28년을 기준으로 42조6336억 원으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으로 1년에 휴가를 가지 못해 지출한 연가보상비 규모가 1조5천억원을 웃돈다는 뜻이다.

절감되는 연가보상비를 재원으로 채용 가능한 신규 9급 공무원 수는 1만4342명으로 분석됐다. 9급 공무원으로 채용돼 28년 간 근무할 경우 소요되는 보수총액, 건강보험과 공무원연금 등 법정부담금, 호봉상승 및 승진, 임금인상 등을 반영해 추산한 1인당 인건비 29억7000만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다만 계산의 편의를 위해 9급 1호봉으로 채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약간의 수치 조정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보고서는 공무원 이외에 공공기관 342개, 지방공사와 공단 143개에 소속된 직원 37만여명에 대해서 같은 기준으로 분석해 28년간 절감되는 연가보상비는 51조5847억원, 신규채용 가능 직원 수는 2만7234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공무원과 달리 상당수 공공기관이 실질적으로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김병욱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인당 미사용 휴가 5.6일을 전체 근로자수로 곱한 1억769만일의 ‘잃어버린 휴가’를 모두 사용할 경우 연차휴가 완전활용에 따른 대체고용 근로자 수 증가 24만명, 여가소비 증가에 따른 신규고용 창출 14만명 등 총 38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부와 지차체가 직장인 휴가사용 실태를 의무적으로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김 의원은 “공무원 연가 100% 사용은 휴식권 보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모든 공무원이 연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정비, 연가사용률 기관 평가 반영, 신규채용을 통한 업무량 조정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