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동물 학대 논란 속에 선진국의 동물원들은 ‘멸종위기 동물의 유전자 보전’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공원이 지난 1999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야생동물보전센터를 설립, 환경부로부터 국내 최초의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을 받은 바 있다.

반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설 동물원의 경우 동물 학대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 10일 한화호텔엔드리조트가 막대한 돈을 들여 일산에 개장한 ‘아쿠아플라넷’은 동물에 필요한 최소한의 환경조차 갖추지 않은 밀폐된 시설에 전시해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한화가 63씨월드와 여수, 제주에 이어 네 번째로 개장한 아쿠아플라넷은 총 830억원을 투자해 22종, 2만5000마리 동물을 전시하는 시설이다.

수족관이면서 원숭이, 재규어, 앵무새 등의 육상동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융합의 시대에 육해공의 모든 생물을 만나볼 수 있는 신개념 아쿠아리움’을 표방하고 있다. 
 

사방이 유리로 밀폐되고 숨을 곳조차 없는 밀실에 재규어가 전시돼 있다. 동물의 생태적 특성이나 사람들

때문에 받을 고통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것이다.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동물이 받을 스트레스는 어쩌나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수족관’이라는 실내 공간에 육상 야생동물인 재규어를 전시하는 이 ‘융합형’ 동물 전시 형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규어를 야외 방사장 없이 건물 3층에 위치한 유리관 같은 밀폐된 사육장에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을 전시할 때는 크기를 막론하고 동물이 바깥공기와 자연채광에 노출될 수 있는 야외 방사장과 동물이 비바람을 피하거나 관람객의 시선을 피해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가 있다.

그러나 아쿠아플라넷의 재규어 사육장은 전면이 투명한 유리로 돼 있고 360도 모든 방향에서 관람객에게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몸을 숨길 수 있는 내실조차 없다.

동물의 신체·정신적 건강은 아랑곳없이 관람객들에게 더 잘 보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 전시공간을 만든 것이다.
 
재규어는 삼림, 습지, 초원 등 다양한 환경의 서식지에서 하루 85㎢가 넘는 영역을 이동하며 사냥하는 동물이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1/7 크기에 해당하며 더구나 재규어는 큰고양잇과에서는 유일하게 강에서 수영하며 해양생물을 사냥하는 습성이 있는 동물이다.

그럼에도 ‘아쿠아리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아쿠아플라넷의 재규어 전시장에는 몸에 물을 묻힐 수 있는 인공 연못도 없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건물 내에 전시하는 것이 극도로 부적합한 종을 단지 손님 끌기용으로 데려와 기본적으로 제공돼야 하는 시설조차 마련하지 않고 광고의 대상으로 써먹는 한화 아쿠아플라넷의 비윤리적인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환경부는 야생동물이 실내에서 ‘밀폐사육’ 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야외, 실내 방사장과 은신처의 의무 설치 규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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