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반환미군기지 토양정화사업 계약을 담당하는 국군재정관리단이 토양정화업체에 과도한 실적증명을 요구하면서 부적절한 ‘갑의 횡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국군재정관리단은 환경부와 지자체 감독사항에 대해서도 개별 정화업체에 근거서류를 요구하는 등 월권행위도 불사하고 있다.

최근 국군재정관리단은 반환미군기지 토양정화사업(LPP 3차)에 대한 입찰을 공고했다.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업체들은 기술력과 함께 토양정화실적을 국군재정관리단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군재정관리단은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업체가 제출한 정화실적이 오염원인자가 발주한 공사라는 것을 증명하라며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국군재정관리단이 내세운 근거는 토양환경법상 오염원인자에게 정화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오염원인자가 정화공사 역시 발주해야 하며 이를 증명하라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환미군기지 정화사업에서 탈락한 대기업이 승복은커녕 토양시장 판 자체를 깨려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환경공단 위탁업무도 불법?


실제로 국군재정관리단이 발주한 오염정화 계약의 오염원인자는 국군재정관리단이 아니라 예하 군부대나 미군이다. 일선 부대마다 토양오염 전문 인력이 없어 토양정화 책임을 위탁했기 때문에 이를 대행하는 것이다.

또한 규모가 큰 경우 토양정화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한국환경공단이나 한국농어촌공사 등의 공공기관에 위탁을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위탁을 받은 전문기관은 오염도와 범위를 조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실제 정화업체와의 계약, 오염정화 후 계약에 따라 적절하게 정화했는지 등을 감독하고 있으며 여기에 필요한 전문 인력도 갖추고 있다.

직영주유소에서 오염이 발견된 경우에도 해당 주유소에 시정명령을 내리지만 정화공사 발주는 정유사 본사 계약팀이 맡는다.

이러한 형태의 위탁계약에 대해 관할 지자체나 환경부가 오염원인자가 발주하지 않았다며 처벌한 사례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경쟁업체에서 이것이 문제가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면서 국군재정관리단이 무리한 실적증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토양업계 관계자는 “민원을 제기한 업체는 공공기관의 위탁을 거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토양정화공사를 수주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이라며 “과거 환경공단 등에서 발주한 토양정화공사를 수주했을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이번 공사를 놓치자 트집을 잡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지자체 무시, 월권행위도 불사

아울러 오염정화 발주처와 오염원인자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하도급금지법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다. 환경공단이나 농어촌공사 등은 사전검사와 사후검사 등 감독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위탁받은 것일 뿐, 토양정화공사만을 수주 받아 이를 다시 하도급 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도급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해도 이는 정화공사를 하도급 받은 개별 업체가 아닌 재하도급을 준 발주처가 처벌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국군재정관리단은 발주처와 오염원인자가 일치하는지를 증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실적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업계로서는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토양업계 관계자는 “설령 우리가 서류를 제출하려고 해도 국군재정관리단이 요구하는 자료는 모두 오염원인자와 발주처, 지자체 간의 서류이기 때문에 요구하기 어렵다”라며 “발주처에서 확인한 실적증명서와 국세청에 신고한 세금계산서만으로도 실적을 증명하는 것은 충분하다”며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오염원인자 및 정화업자가 법을 지켰는지는 환경부와 관할 지자체가 감독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국군재정관리단이 적법성 여부를 다시금 확인하겠다는 것은 환경부와 지자체를 무시하는 월권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군재정관리단이 요구한 서류는 ▷오염토양정화 명령서 ▷오염토양정화 계획서 ▷이행완료보고서 ▷관할 지자체 담당자 이름 및 연락처 등으로, 관할 지자체가 내린 명령이거나 개별 업체의 오염정화가 제대로 수행됐는지를 감독하기 위해 요구하는 서류들이다.

수사기관도 아닌 국군재정관리단이 다른 공공기관·업체의 토양정화와 관련된 문건이나 지자체 담당자의 연락처 등을 요구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만약 국군재정관리단이 요구한 서류를 업체가 제공한다면 업체 역시 개인정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자유시장 원칙마저 뭉개나

이에 대해 국군재정관리단 적격심사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도 이런 사례는 처음이다. 그러나 다른 경쟁업체에서 민원을 제기한 이상 우리 입장에서는 어떤 식이든 조사해서 납득할만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라며 “지자체와 환경부에 이 사안에 대해 질의를 요청한 상태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리던 앞으로의 국방부 토양정화사업에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토양정화업 협동조합 측은 “과도한 서류를 요청한다는 사실 자체가 특정 규모 이상 업체로 한정해 중소업체들의 참여를 간접적으로 봉쇄한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토양정화가 필요한 반환미군기지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또한 우리 군의 토양정화 역시 계속된다. 이처럼 큰 사업을 중소토양업체에 빼앗기고 싶지 않은 대기업의 트집 잡기에 국군재정관리단마저 휘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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