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재활용 단가와 공급물량을 결정하는 협회 회장은 남편, 이 협회와 독점계약을 맺은 재활용업체 사장은 부인. 게다가 이 독점계약 기간은 자그마치 15년.

부부가 협회장과 사장을 나눠 맡아 조명재활용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제왕적 권한을 가진 협회장은 경쟁사 뒷조사를 하기 위해 협회 공금을 멋대로 가져다 썼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협회장은 환경부의 해임요청에도 불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원 절약을 위해 시작된 재활용이 독점과 부조리로 얼룩지고 있다.



환경부, 이례적인 해임 요구


지난 5월 말 환경부가 한국조명재활용협회 김창권 회장과 임직원에 대한 해임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조명재활용협회는 이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환경부가 해임을 요청한 이유는 협회장이 법령과 정관을 위반하고 멋대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부인이 사장이면서 동시에 자신 스스로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한국조명재활용공사(이하 조명공사)와 지난 2006년 15년간의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협회 사무실과 공사의 서울 사무소는 같은 빌딩을 사용하고 있다.

형광등과 같은 조명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생산량 가운데 법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을 재활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개별 업체들이 직접 재활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제조합에 위탁하고 분담금을 내면 공제조합은 폐형광등 등을 이용해 재활용하는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따라서 공제조합 입장에서는 가능한 많은 업체를 회원사로 받아들여야 보다 많은 실적을 거두기 때문에 회원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조명재활용협회는 반대로 협회장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와 15년 독점계약을 맺은 것이다.

김 회장의 부인에 대한 특혜는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그는 부인이 대표로 있는 폐합성수지 원료 제조업체와 계약서 없이 폐형광등수거함 제작을 맡겼다. 게다가 이 회사 제품의 제작단가는 40만9000원으로, 비슷한 제품의 제작단가인 28만6000원보다 훨씬 높았다.

흥신소 통해 라이벌 회사 조사

 

이러한 독점계약은 필연적으로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조명재활용협회의 불합리한 운영은 회원사들의 불만을 샀고 그 결과 지난 2011년 말 새로운 형광등재활용업체인 옵트로그린텍(주)이 등장했다. 서울시 지자체들이 이 회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기존에 조명재활용협회에 가입했던 회원사들의 이탈이 시작됐다.

회원사 부족으로 조명재활용협회가 재활용 의무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징벌적 성격의 부과금이 부과됐고 협회 재정은 파탄에 이르렀다. 지난 2013년 1억2천만원의 적자에 이어 올해는 무려 28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분담금을 내는 회원사들마저 대책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회원사들의 탈퇴에 위기감을 느낀 김 회장은 옵트로그린텍을 감시하기 위해 협회 돈을 가져다 흥신소 유사업체에 지급했다. 이후 조명재활용협회 측은 이 사실을 인정했지만 계약서나 기타 증빙서류는 없었다.

사태가 점차 악화되면서 더는 두고볼 수 없다고 판단한 환경부가 지난 5월 공문을 통해 협회장과 관련 직원에 대해 법령 및 정관 위반을 이유로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 조명재활용협회는 이사회를 열어 해임요구안을 다뤘으나 대부분의 이사들이 반대해 결국 김 회장은 협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명재활용협회 측은 “환경부가 해임요구서에서 밝힌 모든 사항을 인정한다”면서도 “조명 재활용이 시작된 2003년 초창기 환경부 보조금에 의존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정을 환경부가 뻔히 알면서 재활용 의무실적을 무리하게 높여 잡고 회원사를 압박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김창권 회장이 협회 운영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점은 있지만 나름의 공과가 있는데 불명예 퇴진으로 갈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이사회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조명재활용공사 측은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른다. 협회 측에 물어봐라”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협회 운영과 관련 김 회장의 비리혐의에 대한 조사가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정관에 의해 협회장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재활용분담금은 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이 내는 돈이다. 몇몇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환경부의 의지”라며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조명재활용 시장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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