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전국 초중고 대부분의 건물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건축자재로 사용돼,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김영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영등포갑)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의 초중고 1만9717개 학교 중에서 88%인 1만7265개 학교 건물에 석면이 사용됐다.

전국 초중고 학교 석면 현황 <자료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교육당국은 석면이 포함된 천정 등을 잘 관리하고 있어 파손된 곳이 없는 3등급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의 석면 관리 실태는 엉망이었다. 특히 교육부가 학교 석면 관리 실태를 점검하면서 과거에는 석면 위험도가 높은 1등급(높음), 2등급(중간)이 많았지만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음에도 현재는 대부분 3등급(낮음)으로 분류하고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지역 초등학교 1곳과 경기지역 중학교 1곳에서 채취한 시료(파손된 천장재 등)7개를 전문기관에서 분석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석면 농도의 법적기준치를 20배에서 최고 50배까지 넘어서는 고농도의 석면이 검출됐다.

3등급으로 분류됐던 이 중학교는 교실 창틀에서 채취한 먼지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복도와 교실 곳곳이 파손된 상태였고 화장실 개보수 과정에서 석면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으로 보여 대단히 위험한 상태였다.

학교 교실 대부분은 석면이 포함된 천장재가 사용되는데, 이곳에 에어컨, 선풍기 등이 설치돼 있다. 이에 따라 선풍기 등이 작동할 때마다 진동과 바람이 불면서 석면먼지가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실험실에서의 모의실험보다 학교에서 비산실험을 했을 때 석면 위험도가 더 높았다.

석면 비산 방지조치 없이 천정공사를 강행해 

책걸상에서 석면이 검출된 교실.

<자료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우리나라는 2009년 석면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과거에 지붕이나 천장에 사용한 석면이 여전히 많이 남은 상태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석면이 비산될 위험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리모델링, 재건축 과정에서 석면이 포함된 건축자재를 함부로 해체하면서 석면이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교육부는 물론 일선 학교조차 석면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 석면을 해체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석면을 해체해 교사와 학생의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0년에는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 개보수 공사 과정에서 석면이 포함된 천정을 함부로 해체하다 적발돼 노동부로부터 공사중지 및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당시 해당 고등학교에는 방학 중이었지만 많은 학생들이 보충학습을 위해 학교에 나왔고 시민들도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상태였다.

 

 

환경부가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6월까지 모두 12명의 교사가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른 석면질환자로 인정받았고 9월15일 현재 9명이 사망했다. 이들 12명의 교사는 악성중피종이 9명, 석면폐가 3명으로 평균 교직 재직기간은 27년이었다.

교육부가 제출한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초등학교의 석면학교 비율이 93%로 가장 높고 중학교 91%, 고등학교 90%의 순이다. 지역별로는 전남과 제주가 97%로 가장 높고 서울과 충남이 96%, 경북 95%, 부산, 강원, 경남이 93%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거듭된 지적에도 개선된 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9차례에 걸쳐 서울, 경북 구미, 전북 전주 등 전국에서 확인된 학교 석면문제에 대해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교육당국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학교 석면 문제는 수년간 반복되고 있지만 서류상으로만 개선된 것으로 기록되고 실제로는 방치되고 악화된 상태”라며 “더 이상 교육당국과 학교에만 맡겨서는 안 되며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나서서 적극적인 대책을 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교육당국은 대부분 학교가 잘 관리되고 있어 석면 비산 위험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일선 학교들의

사정은 달랐다. <자료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이에 따라 전국의 초중고교에 대한 광범위한 석면실태 조사와 함께 파손상태가 심한 학교의 경우 우선적으로 개보수 공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개보수 공사는 방학 중에 실시하고 철저한 감독을 통해 석면이 비산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특별 예산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분 보수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고 추가적인 석면 비산 우려가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학교로서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석면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소관부처는 환경부지만 학교 석면만은 교육부 소관이라는 점도 문제 해결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김영주 의원은 “전국 대부분 학교 건물에 석면이 포함돼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특히 석면의 특성상 잠복기가 길어 발병까지 최고 30년이 걸리는 만큼 교직원, 학생들에 대한 건강상태를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