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지구촌 최고의 생물올림픽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2)’가 29일 개막된 가운데, 당사국 총회 협약을 통해 지원을 명시한 세계청년단체를 우리 환경부가 수개월 동안 무시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환경부가 당초 약속과 달리 세계 청년들의 참가를 보장하지 않고 계속 무시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총회 개막식에 맞춰 진행할 계획임이 알려지면서 한국이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릴 회의장. <사진제공=환경부>



UNCBD 사무총장이 직접 지원 요청

생물다양성협약(CBD)은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막화방지협약(UNCCD)과 함께 세계 3대 환경협약 가운데 하나다. 2014년 현재 유럽연합을 포함한 전 세계 194개 당사국과 국제기구, NGO등 세계 2만여명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다.

이와 관련 지난 2008년 9회 총회부터 지난 2012년 11회 총회까지 개막식 공식 축사 및 최고위급 회담에서 연설하는 등 UNCBD(유엔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GYBN(the Global Youth Biodiversity Network, 세계청년생물다양성네트워크)는 이번 평창 총회에도 참가 지원을 환경부에 요청했다.

34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제청년환경단체 GYBN은 지난 2008년 9차 총회 당시 개최국이던 독일이 두 차례 세계 청년컨퍼런스에 각각 60명과 50명을 초청지원 했으며 2010년 일본 총회에서도 214명, 2012년 인도 총회에서도 35명을 초청 지원했다. 여기에는 항공료와 숙식비 등 일체의 경비가 포함됐다.

특히 2012년 11차 UN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이해관계자, 주요 단체 및 기관, 지방 단체 및 기관과의 연계’에서 ‘당사국들은 3대 환경회의에서 GYBN과 같은 청년들의 이니셔티브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합니다’라고 명시할 만큼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GYBN은 총회 개막식 축사는 물론 장관급 이상만 참가하는 최고위급 회담에도 참석해 발언기회를 제공할 정도로 존중 받고 있으며 UN이 인정하는 공식 부대행사를 총회 때마다 개최하고 있다.

UN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들이 GYBN을 존중하는 것은 생물다양성을 지켜나가는 노력에 있어 청년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사회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회 유치 기여, 장관표창 수상

2014년 12회 평창총회를 맞아 GYBN은 한국 환경부에 세계 청년 85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GYBN이 파트너로 선정한 단체가 (사)생물다양성한국협회다. 국회에 등록된 비영리법인인 이 단체는 지난 2008년부터 생물다양성총회 유치 활동을 계속해 온 바 있다.

생물다양성한국협회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린 2012년에도 생물다양성 유치를 위한 컨퍼런스를 제주대학교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UNCBD 디아즈 사무총장과 유영숙 환경부장관도 참석했으며 한국이 생물다양성총회를 유치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아기 유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환경부장관 표창까지 수상했다.

이에 따라 GYBN은 세계청년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한국 측 파트너로 생물다양성한국협회를 선택해 함께 할 것을 제안했고 생물다양성한국협회 청년위원회가 공동으로 행사를 추진했다.

처음 한국 환경부에 청년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초청지원을 요청할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UNCBD의 디아즈 사무총장은 윤성규 환경부장관을 만나 GYBN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GYBN은 UN생물다양성 사무국과 함께 만든 청년정상회담 프로젝트 제안서를 지난 5월 한국 환경부에 전달했고 6월에는 몬트리올에서 환경부 담당자를 만나 “기획단 예산은 부족하지만 비정부 영역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겠다”라는 답변을 얻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이후 환경부는 GYBN이 보낸 어떠한 내용의 서신에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GYBN은 9차례에 걸쳐 ‘예산이 부족하다면 참가 규모를 25명으로 줄이는 것도 고려하겠다. 얼마나 지원 가능한지 알고 싶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환경부는 묵묵부답이었다.

한국협회 ‘모욕당했다’ 주장

GYBN뿐만이 아니다. 한국 측 GYBN 파트너인 생물다양성한국협회 측은 모욕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환경부는 수차례에 걸친 유선, 이메일, 만남 등에서 계속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CBD 사무총장이 화를 내니 그제야 사과하며 도와주겠다고 나섰다”라며 “환경부 예산이 부족하니 강원도 예산으로 도와주겠다고 하더니 7월 이후에는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부터 환경부 지원 없이 생물다양성 유치 활동을 벌였던 생물다양성한국협회는 총회 홍보를 위해 2월에 국회에서 포럼을 개최했고 4월에는 홍보전시회를, 5월에는 유니버엑스포에 참가한 30만명의 참관객을 대상으로 신촌에 홍보부스를 마련해 총회를 알렸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 지원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밥값 50만원이 전부였다.

한국으로부터의 지원이 불가능해지면서 GYBN의 공동대표이며 유엔생물다양성 10년 계획 청년홍보대사인 크리스천 대표는 독일 환경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 결과 독일 환경부가 독일인이 아닌 외국 청년 12명의 청년정상회담 참가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독일인 청년 8명은 각각 스폰서를 구해 개별적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 청년들은 환경부의 공식 후원 명칭조차 얻지 못해 개별적인 스폰서조차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 생물다양성한국협회 측의 주장이다. 한국 측 청년대표인 송민재 군은 “많은 청년들이 의욕적으로 참가했지만 환경부 태도에 실망해 대부분 떨어져나갔다”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환경부는 총회 개막을 10여일 앞두고 2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며 GYBN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먼저 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GYBN 측은 “지금 초청지원을 해도 비자 문제 때문에 참가 규모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거절했다.

환경부의 냉대 속에서도 세계생물다양성 청년정상회담은 공식 부대행사로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GYBN 측은 총회 개막에 맞춰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환경부의 무성의한 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기자회견 이후 한국 측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고위급회담에 참석하는 GYBN 대표가 전 세계 환경장관들 앞에서 다시금 한국 환경부를 규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환경부 “말 바꾼 적 없다”

이에 대해 한국 CBD총회 준비기획단 김상훈 단장은 “환경부는 처음부터 예산이 부족해 지원해줄 수 없으며 기업 후원을 알아보라고 분명히 전달했다”라며 “몬트리올에서 지원방법을 모색하겠다는 말에 대해서는 발언 당사자에게 들어야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 단장은 “GYBN과의 직접 접촉은 7월 이후였고 그 전에는 생물다양성한국협회가 중간에서 지원을 요청했다. 청년단체와 관련된 사항을 청년이 아닌 나이 든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생물다양성한국협회 측은 “GYBN이 한국에서 직접 협상을 진행하기 어려워 파트너로 선택해 우리에게 먼저 제의했기 때문에 일을 진행시킨 것이고 협회가 마음에 안 들었다면 GYBN과 직접 협의했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세계적인 환경협약인 생물다양성 총회를 유치했음에도 국제적 관례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UN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의 지원 요청에도 이리저리 말을 바꾸면서, 한국 환경부가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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