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민관 상호 협력의 ‘윈-윈(win-win)’ 사례로 꼽히는 울산석유비축기지 철거 공사가 절차를 무시한 채 불법으로 진행되면서 토양오염 축소 의혹이 일고 있다.

S-OIL은 한국석유공사로부터 매입한 울산석유비축기지 일부인 86만2397㎡에 1단계(50만㎡)와 2단계(36만2397㎡)에 걸쳐 중질유 분해시설과 복합 석유화학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화학시설 건설은 지난해 S-OIL 나세르 알 마하셔 대표가 외국인 투자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자를 하고 싶어도 공장을 지을 부지가 없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울산석유비축기지가 철거 과정에서 온갖 편법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이를 위해 석유공사가 기존의 석유비축기지를 지하화해 관리비용을 줄이고 S-OIL이 5190억원을 투입해 부지를 사들여 S-OIL이 공장 부지로 쓰기로 했다. S-OIL은 기존의 석유화학공장과 거리가 멀지 않은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공사(이하 공사)가 기존의 석유비축기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한 채 불법으로 진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공사는 매각 이전 기존의 시설물을 철거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해야 하는데, 유류탱크가 특정토양오염 관리대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소방서에 멸실 신고를 해야 했지만 이를 생략했다.

게다가 공사는 멸실신고뿐만 아니라 수시검사도 생략했으며 정밀조사 없이 해당 부지에 대한 토양정화공사를 철거공사와 묶어 발주했다.

정밀조사 끝나기 전 서둘러 발주

 

매각부지가 오염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해당 부지가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양정화공사를 포함한 철거공사 입찰을 강행한 것이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모 업체 실무자는 “SK건설이 입찰내역서를 주도적으로 작성했으며 토양정화 방법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이 필요한 열탈착방식으로 미리 결정해 예산을 책정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입찰내역서에는 토양오염량이 미리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는 해당 부지에 대한 토양오염조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얼마나 많은 면적의 토양이 오염됐는지, 어떠한 오염물질이 발견됐는지에 대한 조사도 없이 공사금액과 토양정화방식을 결정해 서둘러 입찰에 넘겼고 대기업인 SK건설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만약 사전에 결정된 양보다 많은 오염이 발견된다 해도 민간 기업이 자비를 들여 토양오염을 정화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양오염이 축소되거나 오염된 토양이 폐토사 등의 명목으로 부지 밖으로 반출될 우려가 높다.

게다가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공사는 유류탱크를 철거하기 전에 수시검사를 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생략했다. 이에 대해 관할 지자체인 울주군청 측은 “석유공사가 사전에 토양오염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시검사를 생략하고 정밀조사를 했다”라며 철거공사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석유공사 관계자는 “토양환경보전법에서 폐쇄명령은 철거공사 도중에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10월13일에 폐쇄신고를 했다”라며 “SK와의 계약에 토양정화가 포함되기는 했지만 대략적인 금액만 정했기 때문에 정밀조사결과에 따라 전문기관에 맡길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토양정화 하도급금지 규정 위반 우려 

 

그러나 이는 오염토양에 관한 행정절차일뿐, 특정토양오염 시설인 유류탱크는 수시검사나 폐쇄신고와 별도로 철거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소방서에 멸실신고를 해야 한다.

 

또한 토양정화공사는 하도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석유공사가 밝힌 것처럼 설계변경을 통해 다른 업체에 맡긴다고 해도 SK건설이 토양정화업체와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면 법을 위반하게 된다. 아울러 폐기물 처리 역시 별도발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역시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공사 측은 울산석유비축기지가 국가기간시설이라며 내부 촬영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토양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토양오염 조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철거공사와 폐기물처리 등을 한데 묶어 발주하고 토양정화공법까지 결정했다는 것은 SK건설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편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토양업계 한 관계자는 “정밀조사도 끝나기 전에 오염토양 물량을 확정해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공법에 비해 비싼 열탈착공법으로 결정한 점, 폐기물 처리까지 한데 묶어서 넘긴 점 등을 감안하면 석유공사가 대기업인 SK건설에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민관협력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던 울산석유비축기지가, 온갖 편법이 동원된 철거공사로 인해 부실토양정화 우려와 함께 대기업 특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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