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단독][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대기업 계열사인 동시에 국내 최대 수처리업체인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최근 TMS(Tele-Monitoring System, 수질원격감시체계)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입찰담합, 폐수처리시설 부실운영 등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코오롱으로서는 또 악재가 터졌다.
지난 연말 금강유역환경청(이하 금강유역청)은 청주산업단지에 대한 기획단속을 벌여 폐수처리시설 위탁사업자인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TMS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다. 금강유역청 관계자는 “TMS 수치를 확인한 결과 우발적으로 한두 번 조작한 것이 아니라 1년여에 걸쳐 상습적으로 조작을 일삼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강유역청에 따르면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TMS로 측정된 COD 수치를 1년여에 걸쳐 하루에도 수차례씩 실제측정값과 다르게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TMS 조작 사실을 적발한 금강유역청은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담당자들을 불러 조사를 마쳤으며 최근 기소 의견으로 청주지검에 사건을 넘겼다. 금강유역청 환경감시단 관계자는 “아마도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1년여에 걸쳐 TMS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
입찰담합, 부실공사로 소송
코오롱워터가 불법을 저지르다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다른 대형 업체와 전북 완주, 경기 이천, 가평, 파주 등 4개 지역 하폐수처리장 공사를 두고 담합을 벌인 사실을 적발해 모두 38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상대 업체와 입찰 전 담합을 통해 공사예정금액 124억3400만원인 공사에 124억3000만원을 써내 공사를 따냈다. 누가 봐도 노골적인 담합이 의심되는 사례였지만 당당하게 99% 금액에 공사를 수주했고 상대 업체에 사례비로 5억원을 지급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천과 가평 폐수처리장은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낙찰 받았고 상대 업체는 파주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통상 80% 정도의 투찰률(공사예정금액 대비 입찰금액)을 보이는데 반해 두 업체의 투찰률은 모두 98%를 넘겼다. 이렇게 더 받아낸 공사비는 고스란히 세금으로 충당됐다.
올 초에도 담합은 또 적발됐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충주기업도시 폐수종말처리시설 설치사업 입찰에서 투찰가격을 사전에 합의·실행한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외 2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15억9800만원을 부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찰담합을 통해 따낸 공사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지자체와 소송까지 벌이는 상황에 놓였다.
코오롱 워터앤에너지가 2011년 7월 총인시설을 설치한 가평 하수처리장은 방류수의 총인 농도가 기준치(0.2㎎/ℓ)를 초과하는 경우가 빈번해 가평군은 시설을 인수하지 못하겠다며 거부했다. 게다가 이 시설은 지난해 2월 기준치를 2배 이상 초과해 과태료까지 물었다.
이천시 하수처리장 5곳의 총인시설도 마찬가지다. 이천시는 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고 그 결과 3년여 동안 하자보수 다툼을 벌였다. 결국 이천시는 지난달 입찰 담합으로 손해를 봤다며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천시는 입찰 담합으로 혈세가 낭비된 부분을 돌려받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코오롱 인맥관리 철저”
환경업계는 코오롱워터앤에너지의 이번 TMS 조작 사건 처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코오롱워터가 입찰담합, 부실 운영 등을 빈번하게 일삼아왔음에도 승승장구할 수 있던 비결을 철저한 인맥관리로 보기 때문이다.
환경부 안에서 이른바 ‘Y대 마피아’로 불리는 조직이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밀어주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코오롱워터앤에너지의 고문으로 재직했던 Y대 출신의 전직 환경부 차관은 TMS 조작 사건이 터지자 금강유역환경청을 찾아 선처를 호소했고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세종시 환경부 본부를 찾아 읍소했다는 후문이다.
환경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올 상반기에만 환경공단이 수십억에서 천억원대에 이르는 각종 공사들을 발주할 예정인데, 이런 분위기에서 자칫 공사를 따지 못할까봐 코오롱이 물밑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환경부 관계자는 “전직 차관이 고위직에 있었고 현직 국장·청장급 고위직들이 동문이라는 이유로 감싸고도는 회사를 누가 건드릴 수 있겠는가? 차라리 피하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TMS 조작 사건을 적발한 금강유역청 역시 “코오롱을 건드리면 이곳저곳에서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기 전에 서둘러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라고 밝혔다.
공정경쟁 주장하면 인사 불이익
환경부의 ‘Y대 마피아’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9년 6개 국가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시설 위탁사업자 결정에서도 Y대 마피아가 힘을 써 입찰조건이 코오롱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본지 2010년 9월 보도 ‘특혜 시비 폐수장 위탁 10년 독점체제 바뀌나’).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환경부 관계자는 “6개 산단에 대해 2곳은 한국환경공단이, 2곳은 환경시설공단을 인수한 코오롱이, 2곳은 경쟁업체에 각각 맡겨서 경쟁을 유발하고 성과를 평가한 후 실력이 없는 업체는 퇴출시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고위층의 압력으로 6곳 모두 코오롱이 차지했다”라고 밝혔다.
감히 코오롱을 경쟁시키자는 방안을 제시한 이 공무원은 인사조치가 취해졌고 이후에도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유관 업체를 인수하고 외국기업과 합작을 추진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환경업체 한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 과징금 몇 푼은 별게 아니다. 다음 입찰에서 불이익을 준다고 하지만 일방적인 입찰조건 탓에 대기업이 단독으로 입찰하는 경우 벌점이 무슨 상관인가”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환경부가 특별히 마음먹고 밝히지 않는 한 TMS 조작 사건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쉬쉬하며 넘어가는 분위기다. 금강유역청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사례를 언론에 적극 알리기에는 부담이 크다”라고 밝혔다.
국가 산단 독점 계속될까
국가산업단지 종말폐수처리장 위탁사업 기간 5년이 올해 종료된다. 따라서 환경부는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환경공단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그러나 5년 전에도 환경부는 연구용역을 맡겼고 숱한 특혜 의혹과 비난 속에서도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사업을 수주했다.
환경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코오롱이 국가 산업단지 종말폐수처리장 사업을 잃는다면 주가가 반 토막 날 것”이라며 “이쪽 업계에서는 코오롱 측이 갖은 인맥을 동원해 사업을 따내려고 혈안이 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본지는 TMS 조작 등 현안에 대해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어 취재를 요청했으나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측은 “확인이 불가능한 사항이며 아는 바가 없다. 어떤 사항도 답변할 수 없다”라며 거부했다.
<바로 잡습니다>
2015년 2월9일자 환경일보 인터넷판 및 2월11일자 본판에 보도된 ‘코오롱워터, 낯 뜨거운 TMS 조작’ ‘입찰담합·부실공사 등 악재에도 승승장구 왜? 환경부 내부에선 ‘Y대 마피아’ 공공연한 비밀’ 제하의 기사내용 중 잘못된 부분을 아래와 같이 정정보도합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코오롱워터앤에너지의 고문으로 재직했던 Y대 출신의 전직 환경부 차관은 TMS 조작사건이 터지자 금강유역환경청을 찾아 선처를 호소했고’라는 부분은 사실 확인결과 기사내용과 다름이 확인됐습니다.
2009년 6개 국가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시설 위탁사업자 결정과정과 관련하여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환경부 관계자는 “6개 산단에 대해 2곳은 환경공단이, 2곳은 환경시설공당을 인수한 코오롱이, 2곳은 경쟁업체에 각각 맡겨서 경쟁을 유발하고 성과를 평가한 후 실력이 없는 업체는 퇴출시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고위층의 압력으로 6곳 모두 코오롱이 차지했다”라고 밝혔다’는 부분은 사실 확인결과 그러한 방안이 차관에게 보고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감히 코오롱을 경쟁시키자는 방안을 제시한 이 공무원은 인사조치가 취해졌고 이후에도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부분도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