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송진영 기자 = 2월11일 오전 9시45분쯤 인천시 중구 영종대교 서울 방향 상부도로 12~14km 지점에서 승용차와 공항 리무진 등 사상 최대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영종대교 전체 길이 4.4km의 30%에 이르는 1.3km 구간에 사고 차량 106대가 서로 뒤엉킨 것이다.

가시거리가 10m도 안될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지만 제대로 된 경고판 하나 없는 상황에서 일부 운행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내달려 벌어진 대재앙이었다. 이 사고로 김모(51)씨와 임모(46)씨 등 2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73명으로 외국인 18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상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게 껴있는 영종대교 106중 연쇄추돌 사고현장



경찰은 12일 인천서부경찰서 대회의실에서 수사브리핑을 열고 “최초 사고차량인 관광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관광버스가 검은색 쏘나타 차량을 추돌한 것이 1차 사고로 추정된다”며 “사고차량의 과속 여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바다 위에 건설된 영종대교는 지형 특성상 평소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해무 다발지역’이지만 관측장비인 시정계를 비롯한 기상 관측시설이 전무해 대형사고가 우려돼왔다. 이날은 더욱이 전국적으로 안개와 함께 미세먼지까지 겹쳐 대기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2001년 2월20일 오전 7시35분께 영종대교 공항방면 하부도로에서 레조 승용차가 에스페로 승용차를 들이받으며 12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 당시에도 가시거리가 10m 미만일 정도로 안개가 짙었다.


기상청의 안개특보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상청은 2006년 짙은 안개 때문에 발생한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 이후 안개특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확도가 30~40%에 불과해 아직까지 시범 운영만 하고 있으며, 시정계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설치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종대교 운영사인 신공항하이웨이(주)의 신속하지 못한 대처도 지적되고 있다. 신공항하이웨이 관리 지침에 따르면 안개가 짙어 차량 운행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때는 경찰청과 협의해 차량운행을 통제할 수 있지만 이날 사고 전까지 차량 통제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안개 때문에 가시거리가 100m 이내라는 것을 파악하고도, 전광판에 감속운행 권고만 했을 뿐이었다.

운전자들이 감속 규정을 지키지 않고,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부주의한 운전도 문제였다. 영종대교는 가시거리가 100m 이하일 땐 최고속도의 50%로 감속 운행하도록 하고 있다. 사고 당시 가시거리가 채 10m가 되지 않은 만큼 모든 차량이 시속 50㎞ 이하로 주행했어야 하지만 상당수의 차량이 이를 지키지 않았고, 통상 앞차의 비상등·전조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100m의 차량거리를 유지해야 했지만 이 또한 이뤄지지 않아 사고를 더 악화시켰다.

한편, 경찰은 최초 추돌 사고에 관련된 택시 운전자 등 5명을 소환 조사했고, 과속 여부에 대해서도 정밀 감식을 벌여 위반 내용이 발견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추돌사고 차량이 106대로 지난 2011년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84중 추돌사고를 뛰어넘는 역대 최다 추돌사고로 기록됐다.

songj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