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그간 환경오염으로 숱한 지역주민들의 민원 제기와 언론의 고발에도 개선되지 않던 김포시 일대 공장지대에 대해 환경부가 특별단속에 나선 결과 불법을 저지른 업체들이 대거 적발됐다.

지자체가 단속인력 부족을 이유로 손대지 못했던 환경사범들에 철퇴를 가했다는 점에서 이번 환경부 특별점검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500여개가 넘는 이 지역 공장 가운데 고작 86개 업체만 점검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단속업체 72%가 불법 저질러

환경부 중앙환경기동단속반이 지난 2월4일부터 10일까지 김포기 대곶면 거물대리 일대 환경오염물질 배출사업장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총 86개 사업장 가운데 72%인 62개소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단속결과 주물공장 10개소에서 벤젠 등 암을 유발하는 특정대기유해물질이 검출됐으며, 이마저도 무허가로 확인돼 고발당했다. 환경부는 김포시에 통보해 이들 주물공장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리도록 요청했다.

또 변압기를 재활용 하는 한 업체는 폐기물 처리업 허가 없이 변압기를 해체하다 적발됐으며 특히 변압기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절연유 20톤(100드럼)을 아무렇게나 보관한 사실이 확인됐다.

절연유에 들어가는 PCBs(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는 환경오염물질로 악명 높은 다이옥신과 유사하게 인체와 생태계에 강력한 독성을 미치며 자연 분해가 어려운 물질이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폐기물 배출자를 추적할 예정이다.

무분별하게 들어선 이곳 공장들은 각종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환경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폐기물을 불법으로 우수관로를 통해 흘려보낸 현장. <사진=환경부>



김포시 거물대리 일대는 계획관리지역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정유해물질만 배출하지 않으면 공장을 설립할 수 있다.


본래 계획관리지역은 도시지역으로 편입이 예상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고려해 제한적인 이용·개발을 목적으로 지정했지만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도시에 들어설 수 없는 공장들이 모인 곳으로 변질됐다.

실제로 거물대리 일대에는 70여 가구, 150여명의 주민과 공장 153개소가 뒤섞여 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택가와 주물공장이 맞닿아 있을 만큼 위험한 지역이지만 그간 김포시는 단속할 여력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이 지역 주민들은 24시간 창문조차 열지 못하는 불편한 생활을 견뎌야 했으며 각종 분진과 공장폐수 등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게다가 이곳이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집을 팔고 이사가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이곳의 수질기준은 ‘나’지역에 해당되기 때문에 화학적산소요구량(COD) 130㎎/ℓ를 준수해도 농업용수 기준인 9㎎/ℓ 이하, 생활용수 기준인 4㎎/ℓ에 비해 수십배 이상 높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곳에는 하·폐수처리장 등 공장 기반시설이 없어 소규모 공장들은 폐수를 농수로를 통해 직접 배출되고 있었다.

특히 이 지역 공장주들은 법을 지키겠다는 인식이 거의 없어 배출시설을 아예 신고하지 않은 업체가 많았고 일부 업체는 환경부 단속을 피해 문을 걸어 잠그기도 했다. 특히 일부 공장주들은 단속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XXX’ 등의 욕설을 퍼붓고 몸으로 막아서며 단속을 저지하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조차 방해했다.

실제로 평소 이곳은 ‘김포시 단속 공무원들조차 무서워서 못 들어가는 곳’이라는 소문이 돌 만큼 무법지대로 통했다. 지역주민 A씨는 “지역주민들이 분진, 폐수 등의 문제점에 대해 항의해도 ‘허가를 내준 시청에 가서 따져봐라’라며 공장 주인들은 눈 하나 꿈쩍 안 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지난 2012년 이후 3년 간 발생한 민원만 680건에 달한다.

거듭된 민원에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지역주민들은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배경에 공무원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김포시청은 “단속인력이 고작 4명에 불과해 수천개 업체를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와 관련 10일 열린 환경부 브리핑에서 이치우 환경감시팀 사무관은 “김포시 공무원들도 지속적으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의원은 “숱한 민원과 언론보도에도 김포시는 특별한 관리감독을 진행하지 않고 지역주민이 위험에 처했음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지도관리만 진행하였을 뿐”이라며 “단속 대상 86개소 중 무허가 미신고건수만 33건이나 되는데 이에 대한 지도감독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김포시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장 폐기물인 분진을 아무렇게나 보관해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단속 소문나면 공장문 걸어잠궈

 

지난 2006년 공장 설립 요건이 완화된 이후 김포지역에 들어선 공장만 1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기존 공장을 합하면 1500여개가 넘는다. 

그러나 이번에 환경부가 단속한 업체는 고작 80여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청에서 단속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면 인근 지역 공장들은 모두 문을 걸어 잠그기 때문에 일회성 단속만으로 이 지역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 환경부 단속에 대해서도 인근 주민들은 “사전에 정보가 새어 나가 미리 문을 닫고 단속을 피해간 업체가 훨씬 더 많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계획관리구역은 특정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일반 공장들은 얼마든지 들어설 수 있으며 산업단지와 달리 관리비를 내지 않기 때문에 소규모 공장주들의 선호도가 높다.

주민들의 삶의 질이 피폐해지는 것과 상관없이, 지자체가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공장 신설 허가를 내준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단속인력이 부족해 관리가 안 된다는 핑계를 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장 숫자는 갈수록 늘어나 더욱 관리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환경부가 관련 부처와 협의해 주거지역에 공장에 마구 들어서는 것을 막아보겠다고 밝혔지만 말뿐으로 그칠 공산이 높다. 국토부가 관할하는 법을 환경부가 마음대로 고칠 수도 없을뿐더러 이미 풀린 규제를 되돌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관련 규제를 풀면서 민원 때문에 도시지역에 공장설립 허가를 내주기를 꺼려하는 지자체들이 계획관리구역에 마구잡이로 공장 설립 허가를 내주고 있다”라며 “환경부 입장에서는 최소한 특정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라도 들어서지 못하도록 막는 게 한계였다”라고 호소했다.

한술 더 떠 앞으로 공장 설립은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통령이 앞장 서 규제를 ‘악, 원수’로 규정했고 도시와 산지는 물론 상수원보호구역까지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부처별로 앞 다퉈 규제를 풀고 있다.

지자체가 세수 증대에 눈이 멀어 각종 오폐수를 쏟아내는 공장 유치에 혈안이 된 사이 이를 막아야 할 중앙정부는 규제완화에 앞장 서 난개발을 조장하고 있어 애꿎은 지역주민들만 환경오염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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