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폭스바겐에 이어 한국닛산 디젤 SUV 캐시카이(Qashqai)가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불법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국내 판매된 경유차 20개 차종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0일간 조사한 결과 한국닛산(주) 캐시카이 차량이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하는 임의설정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캐시카이는 르노-닛산그룹 닛산자동차(주)에서 제조(영국産)했으며 르노엔진(1.6ℓ)을 사용했고 한국닛산(주) 수입·판매해 현재까지 국내 814대가 팔렸다.

환경부는 캐시카이 차량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실내, 실외 모두 배출가스재순환장치가 작동 중단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배출가스재순환장치는 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다시 유입시켜 연소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핵심장치로, 2010년 이후 경유차에 주로 장착됐다.

환경부 홍동곤 교통환경과장이 한국닛산의 배출가스재순환장치 조작 사실을 발표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아울러 환경부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 중단시점의 온도 조건이 일반 주행에서 흔히 발생하는 엔진 흡기온도 35℃로, 이는 일반적인 운전 상황에서 배출가스 부품의 기능 저하를 금지하고 있는 임의설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는 엔진에서 연료를 연소시키기 위해 외부공기를 엔진룸으로 흡입시켜야 하는데 통상 20℃ 조건에서 30분 정도 주행시켜도 엔진룸의 흡기온도는 35℃ 이상으로 상승한다.

이에 따라 엔진 흡기온도 35℃ 이상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작동이 중단되도록 설정한 제어방식은 정상적 제어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캐시카이 차량은 실내에서 실험한 인증모드 반복시험(4회째), 에어컨가동조건시험(엔진 과부하), 휘발유차모드시험(속도변화 심함), 열간시동조건시험뿐만 아니라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임의설정으로 이미 판정된 ‘폭스바겐 티구안’과 비슷한 수준으로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실내와 실외 모두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작동이 중단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사진제공=환경부> 



환경부는 5월16일 행정절차법에 따라 제작·수입자인 한국닛산(주)에 임의설정 위반 사전 통지했으며 10일간 한국닛산(주)의 의견을 듣고 5월 중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아직 판매되지 않은 차량은 판매정지명령을, 이미 판매된 814대는 모두 리콜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닛산은 캐시카이 차량에 대해 지난 4월부터 36개월 무이자할부는 물론 10% 할인까지 더해 차량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폭스바겐이 조작 파문 와중에도 할인판매를 통해 차량 판매가 오히려 늘었던 행태를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동곤 교통환경과장은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당장 판매를 중지시킬 수는 없고 행정절차법에 따라 10일의 의견진술 기회를 제공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5월 중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청문절차를 거쳐 캐시카이 차량의 인증을 취소하고 제작차 배출허용기준 위반과 제작차 인증위반으로 한국닛산(주) 타케히코 키쿠치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환경부의 리콜 명령이 내려지면 한국닛산(주)은 임의설정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개선방안을 마련해 리콜명령일로부터 45일 이내에 리콜계획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닛산은 “온도가 올라가면 디젤엔진의 고무 부품이 녹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장치가 꺼지도록 만들었다”는 비공식적인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공식자료를 통해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당사가 제조하는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 및 임의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으며 이번 사안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와 협조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배기가스 저감장치 작동 구간에서는 질소산화물이 적게 배출되지만 장치 작동이

중단되자 질소산화물 배출이 급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제공=환경부>



한편 캐시카이 이외의 19개 차종은 엔진 흡기온도 35℃의 일반조건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작동을 중단하는 임의설정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이 실내인증기준을 초과했다.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캐시카이 차량이 실내인증기준(0.08g/㎞)의 20.8배, 르노삼성(주) QM3 차량이 실내인증기준(0.08㎞)의 17.0배로 높게 나타났다.

나머지 17개 차종 역시 실내 인증기준의 1.6~10.8배로 나타났으며 BMW 520d 1종만 실내 인증기준 이내인 0.9배로 나타났다.

캐시카이 다음으로 질소산화물 배출이 많았던 QM3는 제작·수입자인 르노삼성(주)에서 올해 말까지 개선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번에 조사한 20차종 이외 다른 경유차에 대해서는 제작차 수시검사(연간 100차종)와 운행차 결함확인검사(연간 50차종)를 활용해 임의설정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캐시카이 외 19개 차종 가운데 실도로 주행에서 실내 인증기준치를 만족한 차종은 BMW520D 1개밖에 없다. <자료제공=환경부>



문제는 실내인증기준에 비해 많게는 수십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내인증기준은 있지만 실외 배출가스 인증 기준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3.5톤 이상의 대형차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이 마련돼 올해 1월부터 적용되고 있지만 3.5톤 미만 차량은 내년 9월에야 기준이 적용된다.

폭스바겐에 이어 한국닛산 차량에서도 배기가스 조작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클린디젤’의 신화가 꺼지고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까지 몰리고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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