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1급 발암물질인 비소 법정 기준치를 최대 682배 초과한 지정폐기물 ‘광재’를 수년간 조직적으로 불법 처리한 폐배터리(납축전지) 재활용업체 11개소가 적발됐다. 환경부 폐기물 관리시스템인 ‘올바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비소의 법정 기준치의 1.5㎎/L를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82배까지 초과한 지정폐기물인 광재 약 17만톤을 수년간 조직적으로 불법 처리했다.

광재는 광석 안에 포함된 금속을 제거한 찌꺼기를 말하며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납축전지 재활용 과정에서 나오는 지정폐기물을 불법으로 처리했다.


적발된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11개소는 환경부 올바로시스템에 광재를 일반폐기물인 것처럼 허위로 입력하고 광재를 무단 매립하거나 일반 매립장의 복토재 등으로 처리해 약 56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0다.

이 가운데 광재를 무단으로 매립한 양이 많거나 회사가 조직적으로 범행사실을 은폐하는 등 죄질이 불량한 대표이사 4명은 지난달 중순 구속됐으며 20명은 불구속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특히 적발된 폐배터리 재활용업체는 폐기물처리 비용을 절감할 목적으로 회사 내 환경 담당자의 적법한 처리 건의를 묵살하고 불법 처리를 계속했다.

<자료제공=환경부>



단속 대비해 치밀한 서류 조작

 

폐배터리에 포함된 납에는 일정량의 비소가 함유돼 용융과정에서 발생한 불순물인 광재에도 비소가 함유돼 있다. 비소는 사약(비상)의 원료가 되는 물질로 현기증과 호흡곤란을 유발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맹독물질이다.

이 같은 맹독성 물질을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을 폐배터리 재활용 업주들은 단속에 대비, 시료를 조작하고 거짓 성적서를 발급 받는 등 치밀한 준비를 통해 단속을 모면했다.

특히 광재를 지속적으로 불법 처리한 업체들은 낮은 처리비를 무기로 영업을 계속한 반면, 정상적으로 처리한 업체들은 높은 비용 탓에 폐업이나 휴업하는 등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환경부는 지난해 정부합동감사 당시 지적된 폐기물의 불법처리 관행에서 출발해 올해 2월1일 발족한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의 전국적인 규모의 최초 기획수사이자 과학적인 수사 과정을 거쳐 이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은 환경사범 전문 검사 1명과 최소 경력 5년에서 20년 이상의 환경범죄수사전문 공무원 6명 등으로 구성됐으며 환경정책의 현장 집행력 강화 차원에서 환경 분야 전문성과 검찰수사기법이 접목된 환경사범 전문수사기관으로 발족됐다.

법원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전원 영장을 발부해 환경부 사상 최초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조사에 나설 수 있었다. 종전에는 수색영장이 없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른 업체가 문을 잠그고 버티면 더는 조사할 방법이 없었다. 

이번 단속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 단속인력 부족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배출자가 환경부 폐기물관리시스템인 올바로시스템에 수년간이나 허위로 입력했지만 이를 걸러내지 못했고 가짜 시험성적서를 제출한 검사기관의 공모혐의도 입증하지 못했다. 결국 최종처리업체 사장 4명만 구속됐을 뿐, 폐기물 배출자와 가짜 시험성적서를 만들어준 검사기관 등은 빠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폐배터리 외에도 다른 업종에서 올바로시스템을 허위로 입력해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검사기관에 대한 추가조사를 포함해 총체적인 문제를 해당 부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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