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의정부지법, 의정부지검, 경찰청 등이 들어서는 광역행정타운으로 조성될 예정인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옛 미군기지에서 수상한 토양 반출이 진행되고 있다.

제대로 토양정화가 이뤄지지 않아 기름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빗발치는 가운데 국방부는 문제의 토양을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 성토용으로 반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토양정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사전에 흙을 외부로 빼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저유소 부지를 직업체험센터로

의정부시는 지난 3월 개청한 경기북부경찰청이 위치한 캠프카일 부지에 행정기관을 추가 유치해 복합행정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바로 옆에 위치한 국방부가 소유한 군부대 옛 저유소(기름탱크) 부지는 미래직업체험을 위한 복합문화테마파크로 개발하기 위해 의정부시와 민간업체가 MOU까지 체결한 상태다.

그런데 이곳은 군부대였기 때문에 3지역 기준(TPH 2000㎎/㎏)에 맞춰 토양정화가 이뤄졌다. 앞으로 이곳을 테마파크로 개발하려면 3지역이 아닌 1지역으로 바뀌고 토양오염 기준 역시 1지역 기준(TPH 500㎎/㎏)으로 바뀌게 된다.

국방부가 이곳을 의정부시에 매각하려면 1지역에 맞춰 토양정화를 다시 해야 하는데, 이에 앞서 토양정화 비용을 아끼기 위해 포천-구리 간 고속도로 공사장에 대량의 성토재로 유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 옛 저유소 터는 ‘부지개선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토양을 유출하고 있었다. 의정부 저유소 부지 개선사업이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향후 부지개발계획을 위해 사전에 부지정리를 하고 있다. 총 7만5203㎡ 면적에 20만톤의 토사를 운반하고 있으며 발주처는 국방부, 시행주는 한국농어촌공사, 시공사는 지역의 중소업체다. 현장 관계자는 “전체 27만톤의 토양 가운데 26만톤을 고속도로 성토재로 사용하기 위해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석유냄새 난다” 민원 빗발쳐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매우 심한 석유냄새가 주변 지역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저유소 부지와 인접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한 시민은 “기름 냄새가 말도 못할 정도로 심하고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더욱 심했는데, 토양이 빠져나간 이후로는 냄새가 많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역한 석유냄새가 진동했지만 의정부시는 손을 놓은 상태고 국방부는 냄새의 원인을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외부로 유출시켰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2011년 정화명령 이후 2014년 말 토양정화를 끝내고 검사까지 마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민원이 제기됐다고 그때마다 검사를 다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가 시행한 토양정화를 완벽하게 믿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근의 캠프 시어즈의 경우 반환에 앞서 국방부가 토양오염도를 검사한 결과 TPH가 3만6781㎎/㎏로, 기준치 500㎎/㎏의 70배가 넘기도 했다. 그러나 정화작업 이후에도 기름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계속됐다.

특히 지난 2013년 4월에는 캠프 에세이온 부지 개발을 위한 터파기 공사 중 토양에서 심한 석유 냄새가 났고 이에 의정부시가 조사한 결과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 500㎎/㎏을 초과한 600㎎/㎏ 이상인 오염토가 발견됐다.

또한 지난 2011년에는 캠프 홀링워터 자리에서 나무를 이식하던 중 비굴착 구간에서 오염토가 발견돼 정화작업을 해야 했다.
 


“애초부터 정화 잘못된 것”

이처럼 토양정화가 부실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의정부시는 ‘권한 밖’이라며 손을 놨다. 토양 유출에 대해서 의정부시 관계자는 “비가 오면 토사가 쓸려 하수구로 흘러가는 등 문제가 생겨 토양을 옮긴 것”이라며 오히려 국방부 편을 들어줬다. 어차피 의정부시 입장에서는 오염원인 토양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만큼 손해 볼 게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 역시 이미 토양정화를 끝낸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기준인 3지역에 맞춰 정화했고 고속도로 역시 3지역이기 때문에 외부 유출이 왜 문제냐는 것이다.

반면 환경업계에서는 1지역 기준 정화에 앞서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미리 오염토양을 줄이려는 ‘꼼수’로 보고 있다.

지역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토양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국방부가 문제 삼자 두 번째 토양정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농어촌공사가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는 “농어촌공사가 공사비를 아끼려 미리 토양을 옮기고 있다.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의 공식 입장을 물었지만 ‘통로의 일원화’를 이유로 “모든 답변은 국방부를 통하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27만톤을 1지역 기준으로 정화하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국방부와 농어촌공사는 비용을 아꼈다며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오염된 토양을 지하에 깔고 살아야 하는 지역주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취재진이 찾은 고속도로 공사장 주변에는 주택과 논밭, 음식점 등이 즐비했다.

정부가 토양정화 비용을 아끼기 위해 편법을 동원, 토양오염을 다른 지역으로 전가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오염토양이 성토재로 사용된 고속도로 옆으로 음식점, 논밭, 민가 등이 있지만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사진=정흥준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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