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임충선 기자 = 독극물과 각종 중금속으로 범벅이 된 ‘숯’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지만 담당부처인 산림청이 단속은커녕 독극물 사용을 법으로 허가까지 내줘가며 권장하고 있다. 시중 대형마트 역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를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불거지면서 화학물질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는 제조·수입업체는 물론 이를 방치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위해화학물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안전대책을 내놓고 있는 사이 다른 한편에서는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독극물로 분류되는 ‘질산바륨’과 발암물질인 카드뮴, 비소 등의 중금속이 포함된 숯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관리해야 할 산림청은 지난해 말에야 부랴부랴 고시를 만들어 품질기준을 정하고 제품 겉면에 성분표시를 하도록 규정했다. 바꿔 말하면 작년까지 ‘숯’에 대한 품질기준이 없어 업체들은 거리낌 없이 유해화학물질을 섞어 만들었다는 뜻이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숯 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검사조차 거치지 않은 불법제품이다. 합법적인 제품조차

독극물인 ‘질산바륨’을 첨가한 경우가 많다. <사진=임충선 기자>

 

 


작년까지 품질기준조차 없었다

뒤늦게라도 법을 만들어 제대로 관리했다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산림청의 품질기준 위반 업체 단속 실적은 전무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지도단속을 할 계획이었지만 인력 부족으로 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법률’에서 숯은 목탄, 성형목탄으로 분류해 2016년 1월1일부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림청은 본지가 취재에 나선 이후에야 부랴부랴 제품을 수거해 임업진흥원에 시험분석을 의뢰했다. 제품 판매에 앞서 임업진흥원의 품질규격검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참숯 등 목탄은 70% 가량이 품질표시가 돼 있었지만 성형탄(활성탄)은 60~70%가 품질표시가 없는 불법제품이었다.

숯의 품질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제조업체들이 생산비를 아끼기 위해 각종 유해제품이 첨가된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관련 법률에서는 ‘성형목탄(숯)’의 원료로 사용하는 폐목재는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목재로 제한한다. 제재소에서 원목을 잘라내고 남은 자투리, 톱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폐가구, 합판 등을 갈아 만든 톱밥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첨가된 접착제, 페인트, 방부재 등이 포함돼 숯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암물질 등 각종 유해물질이 연기로 발산돼 소비자가 들이마시게 된다. 빠른 시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다보니 많은 업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제조업체들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착화를 위해 유해성분 사용은 어쩔 수 없다. 불이 빨리 붙는 숯일수록 더 의심해봐야 한다”며 “착화탄은 숯에 불을 지피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음식 조리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규격·품질을 표시한 제품(왼쪽)과 표시가 없는 불법제품. 표시가 된 제품조차 질산바륨 20%가 명기돼 있다. 

 

 


“질산바륨은 수류탄 원료물질” 

더 심각한 문제는 산림청 고시에서 ‘독극물’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숯은 캠핑 등 야외조리에서 많이 쓰이는데, 특성상 빠른 점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제품 겉면에 ‘질산바륨’을 발라 빠른 발화를 유도하는데, 이 물질이 매우 위험한 물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질산바륨은 단기간 노출 시에도 호흡곤란 증상을 일으킬 정도로 인체에 위해하며 폭발 위험도 있다. 서강대학교 이덕환 교수는 “질산바륨은 독극물로, 수류탄 제조에 쓰이는 등 인체에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이를 숯에 사용한다니 매우 놀랍다”며 “질산바륨 자체도 위험하지만 불에 타는 과정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인체에 해로운 산화바륨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산림청은 전문가들이 ‘독극물’로 지칭하는 위험한 물질 사용을 법으로 허가해줬다. 산림청의 성형목탄 품질기준에는 질산바륨을 30% 이내로 사용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버젓이 명기됐다. 국가가 법으로 독극물 사용을 허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대체물질이 개발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업계 고충 때문에 질산바륨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건강보다 업계 이익을 우선시 한 것이다.

반면 이덕환 교수는 “미국은 야외에서 고기를 구울 때 목재에 경유 등을 발라 불이 쉽게 붙도록 만든 제품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만 왜 이처럼 위험한 제품을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고시를 만들기 전에 대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외국 사례조차 참조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화학물질을 관장하는 환경부도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부에 유해물질 등록 여부를 문의한 결과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 관계자는 “질산바륨은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제한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관계부처들이 힘을 합쳐 독극물 사용을 합법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대형마트 재고 줄이려 모른 척” 

 

 

 

 

 

 

 

 

외국에서 수입한 제품조차 예외는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허술한 기준조차 업체들이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산림청이 정한 품질기준조차 표시하지 않은 불법제품들이 넘쳐났다.

이마트 관계자는 “품질규격 표시가 없으면 본사에서 납품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불법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고 다른 대형마트도 마찬가지였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코스트코 코리아 등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몰랐다’며 앞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지만 납품업체들의 말은 달랐다.

한 대형마트 납품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형마트 담당자들이 관련 법규를 알면서도 재고로 쌓인 제품을 처리하기 위해 모른 척 하는 것”이라고 속사정을 폭로했다. 

실적 위한 전형적인 탁상행정

 

이처럼 허술한 관리로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우려되는 위험한 지경에 놓인 것은 부처들의 보여주기 식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과거 신재생에너지 열풍이 불면서 부처별 실적 쌓기 경쟁이 치열할 때 산림청은 ‘펠릿보일러’ 보급에 나섰다. 펠릿보일러에 대한 제품기준조차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금부터 지급한 결과 이를 노린 ‘떴다방’이 성행했다. 이들 ‘떴다방’들은 불량제품을 팔아넘겨 지원금만 챙기고 폐업한 후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같은 행태를 반복했다.

불량 펠릿보일러가 고장이 나도 이미 업체가 폐업해 사라지고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A/S를 받을 수 없었고 결국 예산낭비와 함께 피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숯’ 역시 목재 재이용, 즉 재생에너지 실적에 포함된다. 산림청이 과거 펠릿보일러 사례처럼 졸속으로 기준을 만들어 불량제품을 시중에 유통시키고 관리감독에는 허술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캠핑인구는 10년 사이 20배나 증가해 500만명에 달한다. 각종 숯불구이집도 도심에 넘쳐난다. 정부가 실적 쌓기에 급급해 국민 건강을 소홀히 한 사이 애꿎은 시민들만 위험물질에 노출돼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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