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생물종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한반도 전체 습지 면적은 계속 줄고 있어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립환경과학원(원장 김삼권)은 고창 운곡습지, 제주물영아리오름, 제주1100고지습지, 경남 화엄늪, 신안 장도산지습지 5곳을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893종의 생물이 추가로 발굴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습지보호지역 지정 이후 대부분의 습지에서 생물종이 101종에서 최대 337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습지보전법에 따라 출입과 채취 등의 행위가 제한되고 훼손지 복원 등 체계적인 습지관리가 이뤄진다.

실제로 고창군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인을 두고 일체의 채취행위를 금지시켰으며 완충지역과 출입금지구역 등을 설정해 생태계 보전에 앞장서 2010년 조사 당시의 527종에 더해 지난해 337종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와 관련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 양희선 연구관은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 증가를 위해 습지보호지역을 확대해 나가고 이에 따른 보전과 관리를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습지를 잘 보전하면 다양한 생물들이 늘어난다. <사진=운곡습지, 환경부>



연안습지 75% 감소

이렇듯 습지가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효과가 뚜렷하지만 전체 습지면적은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습지NGO 네트워크가 내놓은 한국 습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우리나라의 내륙습지 면적은 50만7603ha에서 4대강 사업 등의 영향으로 2012년 18만7276(1976개소)로 무려 63%가 감소했다. 또한 2010년 발간된 ‘대한민국 황해(YSBR)의 조류 다양성’ 보고서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연안습지의 경우 기존 46만ha에서 75%가 감소한 10만6000ha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2차 습지보전기본계획서를 통해 공개한 면적 24만8940ha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논습지의 경우도 1988년 135만8000ha에 달하던 논 면적이 2013년 96만400ha로 감소하면서 지난 27년간 약 30%, 39만4000ha가 감소했다.

한국습지NGO 네트워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4대강 사업과 새만금 사업 등으로 국내 습지면적이 급격히 감소했으나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정부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습지 면적이 줄어든 것은 물론 기존 습지 사정도 나빠졌다. 인천 연수구가 (주)한국연안환경생태연구소에 의뢰해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 7.14㎢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저서생물이 살기 위한 갯벌 건강성은 총 7등급 중 5등급으로 ‘나쁨’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4년과 비교하면 건강성은 4등급에서 5등급으로 1단계 하락했고 특히 생물종의 수나 서식밀도 등은 많이 하락하는 등 생태학적 변동이 컸다.

습지보호구역 지정 이후 새롭게 나타난 두점박이사슴벌레. <사진제공=국립환경과학원>



4대강 대체습지도 엉망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습지 면적이 줄면 줄었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4대강 사업 이후 조성된 대체습지 10곳 중 9곳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외래종만 기승을 부린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도 있다.

또한 지난 2월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4대강 사업으로 여의도 면적의 17배가 넘는 5040만㎡의 습지가 감소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표적인 강화갯벌 파괴 우려가 높은 강화조력사업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토부의 불허로 좌초된바 있지만 산업자원부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강화도 본섬과 석모도간 2㎞를 방조재로 연결해 30㎽ 규모의 수차발전기 14기를 건설하는 강화조력발전사업은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들여 420㎽ 규모로 건설할 계획이며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2027년)에 반영된 바 있다.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된 강화 갯벌은 크기가 여의도의 57배가 넘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강화도 일대 갯벌의 오염물 정화 기능은 5270억원에 달하며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수많은 생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강화갯벌에는 총 278종의 저서(底棲)동물이 분포하며 갯지렁이와 같은 다모류 118종, 갑각류 74종, 연체동물 57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발전시설이 건립되면 조수 흐름의 변화로 해저환경이 영향을 받게 돼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하고 갯벌이 유실돼 강화갯벌을 잃게 될 위험이 대단히 높다. 환경부가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이후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가 조력발전시설을 짓겠다며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내륙 습지는 환경부 관할이지만 갯벌을 포함한 연안습지는 당시 국토해양부 관할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습지가 가지는 생태적 가치는 물론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 되면서 세계적으로 습지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반대로 한국에서만큼은 습지가 개발을 막는 방해물 정도로만 인식되면서 생태계의 보고인 습지가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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