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총선을 준비 중인 정당들을 대상으로 ‘탈핵’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대부분 ‘탈핵’ 및 ‘신규원전 중단,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에 동의했지만 유일하게 새누리당만 원전 필요성을 강조하며 노후원전 수명연장에 대한 주민투표마저 반대했다.

2016년은 후쿠시마 사고 5주기, 체르노빌 사고 30주기를 맞은 역사적인 해다. 20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 한국YWCA연합회가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함께 탈핵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14일 열린 토론회에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새누리당은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고 정당 입장마저 밝히지 않다가 토론회 당일 11시가 돼서야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새누리당과 국민의 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녹색당, 노동당 등 4개 정당에서

참석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새누리당·국민의당 불참

 

한국YWCA연합회와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각 정당에 던진 질문은 모두 12개로 ▷탈핵기본법(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 ▷신규원전 건설 중단 및 부지선정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성 강화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도입 ▷재생에너지 지원 재원의 전기요금 표시제(Green Pricing) 도입 ▷지역에너지 전환 지원 ▷초고압송전선로 건설 재검토 및 주민의견수렴 의무화 ▷핵연료세 도입 ▷삼중수소 등 방사능 오염 주민 이주대책 마련 ▷원전 홍보 등의 삭감과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예산 증액 ▷수입물품 방사능 안전관리 시스템 및 안전 급식 체계 구축 등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등이 탈핵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달리 국민의당은 “이제 막 일어서는 즈음이라 만족할만한 대응이 어려움에 양해의 말씀을 구한다”며 몇 가지 답변은 공란으로 남겼다.

반면 전문위원의 참여조차 어렵다며 거절했던 새누리당은 당일 11시가 돼서야 답변을 보냈으며 그나마 12개 문항 중 8개 문항만 답변하는 등 다른 정당에 비해 성의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선 환경전문위원은 “18대 대선 때 이미 탈핵과 관련된 각종 정책을 마련했다. 특히 원자력안전기구의 경우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처럼 산업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는 것이 국민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원안위으 인사권과 예산권을 별도로 부여하고 현재의 상임위원 2인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역시 탈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의당 김창민 연구위원은 “수요관리 측면에서 발전용 연료에 대한 불공정 관세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우라늄은 면세, 유연탄 관세와 개별소비세만 부과하는 반면 환경성과 수용성이 높은 LNG는 관세 및 개별소비세에 수입부과금까지 부과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고 외부비용을 반영할 수 있는 기후정의세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녹색당 이유진 공동운영위원장은 “산업계 전기요금 현실화와 함께 탄소세 부과가 필요하다”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및 화석연료 투자 금지,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과 함께 수요관리를 위해 에너지요금 체계 및 세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동당 김한울 부대표는 “노동당은 2011년에도 신규원전 중단, 기존 원전의 단계적 폐로, 지역에너지 전환 등을 주장했다. 핵에 대한 공포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고민해야 한다”며 “탈핵과 기후변화대응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수요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은 에너지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이 부족함을 보여줬지만 서면을 통해 “탈핵과 온실가스 감축은 함께 달성해야 할 과제이며 이를 위해 전기수요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대체로 탈핵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에 모욕 받은 느낌”

 

반면 새누리당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대변하는 듯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토론회 참석을 거부했던 새누리당은 서면을 통해 “원전을 대체할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시점에서 적정 수준의 원전 비중 유지는 불가피하다”며 “법적인 근거 없는 영덕·삼척 주민의 투표에 따른 지정취소 요구 등은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후원전에 대해서도 “계속운전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주민투표를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발전차액제 도입 반대 ▷재생에너지 녹색가격(Green Pricing) 부정적 ▷지역에너지 전환은 공감하나 현행 제도로 충분 ▷초고압송전로 재검토 불가 ▷원전홍보 예산 삭감 불가 등의 입장을 밝혔다.

 

‘탈핵’에 대한 정당별 입장. <자료=한국YWCA연합회 토론회 자료집 재구성>



이에 대해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강원대학교 성원기 교수는 “핵발전소 없이 살라는 것이 시대의 요구인데 새누리당은 이를 역행하고 있으며 국민이 던진 질문지를 보지도 않고 답변했다”고 비판했다.

차일드 세이브 최경숙 대표 역시 “후쿠시마 사고 5년이 지나도록 정책적 변화가 없다. 새누리당에게 모욕 받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또한 원자력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는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폐쇄적인 시스템이었다. 이를 교훈 삼아 투명하고 독립적인 감시가 필요하지만 외국에 비해 한국은 원전 안전관리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총선이 한 달여 남은 현재 정책 이슈는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공천을 둘러싼 갈등만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각종 국가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이 정당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연과 지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표심을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닐까? 토론회 말미 사회를 맡은 한국YWCA연합회 원영희 부회장은 “YWCA 10만 회원은 탈핵생명운동과 양성평등에 동감하는 정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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