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3차 판정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여전히 폐손상만 인정할 뿐 다른 기저질환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뒤따르는 1~2단계 판정비율은 갈수록 줄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3~4단계 판정을 늘고 있다.

정부의 3차 피해 판정 다음 날인 19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기준에 의한 3-4단계 판정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호소에도 꿈쩍도 않던 정부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비로소 나서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752명 중 165명만 피해 인정


환경부는 18일 환경보건위원회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해 3차 접수자 752명 가운데 165명(21.39%)만 피해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섯 명 중 한 명에 불과한 낮은 비율이지만 그나마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3-4단계 피해자가 79%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부 건강모니터링 대상에도 속하지 못하는 4단계가 절반인 49.1%에 달했다.

사망자 46명 가운데는 1-2단계가 37%인 17명, 3-4단계는 63%인 29명, 4단계 사망은 전체사망의 52%인 24명이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1-2단계 판정 비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1차 피해판정자 361명 가운데 1-2차 판정자는 47.6%였으나 2차에서는 30.2%로 낮아졌으며 3차에서는 21%로 줄었다. 반대로 3-4단계 비율은 51%에서 69.2%, 63%로 상승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3-4단계 비율이 1차에서는 39.7%였으나 2차에서는 47.4%, 3차에서 63%로 급증했다.

이처럼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1-2차 판정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정부가 여전히 폐손상만을 판정기준으로 고집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폐손상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특발성폐섬유화증은 기준에서 제외됐다.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가 특발성폐섬유화증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증거가 없지만 임상 의사들이 자신들의 제한적인 경험에만 기대 기준에 맞지 않으면 3-4단계 판정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특발성폐섬유화증의 상관관계가 아직 규명되지 않은 마당에 모니터링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4단계 판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4단계 사망사례가 3명이나 있었지만 정부 통계에서는 생존으로 기록돼 있을 정도다.

 

3차 피해판정 결과 <자료제공=환경부>



‘폐손상 외 증상’ 이미 밝혀져


폐손상 이외 건강영향을 반영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옥시가 KCL에 의뢰한 시험결과에서도 동물의 간독성, 피부독성이 발견됐으며 영남대학교 연구에서도 심장 부위 영향이 발견됐다.

천식과 비염은 애경가습기살균기메이트, 이마트피비, 지에스피비 등의 제품성분인 CMIT/MIT 독성자료에 이미 기재된 동물실험 증상이다.

기존에 질병을 앓고 있던 사람이 가습기살균제로 증상이 악화된 경우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

멀쩡한 사람도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사망하는 마당에 환자에게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 부분에 대한 연구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기록상 기존 질환에 대한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3-4단계 판정을 남발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4단계 판정을 내릴 때는 분명하게 관련성이 없다는 명확한 연구결과가 제시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명확한 입증이 어려운 태아의 사산, 의무기록이 제한적인 영유아 사망,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뇌질환, 암과 같은 만성질환자 역시 3-4단계 판정을 받고 있다.

태아, 영·유아 사망도 3-4단계

2014년 초 환경부는 1차 판정결과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폐손상 이외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관련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2단계 판정결과만 발표하고 3-4단계 판정은 기준을 보완한 후에 새롭게 판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현재 진행 중인 보완기준연구가 완료되면 3-4단계 피해 판정은 뒤집힐 수밖에 없다.

새로운 판정기준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 우원식 위원장은 “10월 초 국정조사특위가 마무리되기 전에 판정기준 개선안 골자가 발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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