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2050년에는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의 최소 90%까지 공급이 가능하다는 에너지 시나리오가 발표됐다. 환경운동연합은 ‘100% 재생에너지 전환 시나리오’ 발표회를 개최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장기적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시나리오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수요 관리를 전제하고 원전과 석탄발전을 과감히 축소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환경운동연합은 ▷에너지 효율화와 수요관리 우선 ▷지구 온도상승 1.5℃ 억제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원전의 단계적이지만 빠른 축소 ▷100% 재생에너지 추구 등 에너지 전환의 원칙을 마련하고 정부 및 국제기구의 통계 자료와 보수적인 방법론을 이용해 2050년까지 전력 부문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우선 전력수요는 기존 전망에 비해 증가세가 약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에너지전망 자료에 근거해 전력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0.3%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4~2029년)에서 향후 15년 간 전력수요 연평균 증가율을 2.1%로 전망한 것에 비해 낮은 것으로, 전기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전력수요가 늘어나지만 경제적 여건 변화와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전력수요의 증가율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전과 석탄화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2050년 전력의 90%까지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전력수요 증가세 둔화 전망


2050년까지 전력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은 0.12% 수준으로 증가하며 2015년 현재보다 3.4% 늘어난 500 테라와트시(TWh) 수준으로 예측했다.

재생에너지는 현재 정부의 목표보다 3배 높은 수준으로 산정했다. 시나리오 결과,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은 2030년 41%(재생에너지 36%), 2050년 90%(재생에너지 79%)까지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과 풍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는 에너지원으로, 태양광은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시나리오의 신재생에너지 전망 목표는 ‘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인 13%에 비해 의욕적인 것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고려하면 정책적 의지에 따라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2030년과 2050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각각 212테라와트시와 484테라와트시로 전망됐다.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출력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장기 전력비중 목표를 각각 100%와 80%로 설정한 덴마크와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유연화 기술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새로운 전력망의 변화를 동반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소비자가 참여하는 수요 반응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이나 전력저장장치 또는 전기차와의 연계를 통해 전력망의 유연성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포함한다.


2042년 원전, 2046년 석탄화력 중단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확대에 따라 원전은 2042년에, 석탄발전은 2046년에 모두 가동 중단될 것으로 설정했다.

공정률이 낮거나 계획 중인 9기의 신규 석탄발전소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최대 30년까지 제한했다.

지난 2월 법원이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처분에 대해 취소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번 시나리오는 모든 원전의 가동연수를 최대 30년으로 한정했고, 위험 지대에 위치한 원전은 안전성을 고려해 우선 폐쇄하는 것으로 전제했다. 방사능폐기물 발생 최소화의 원칙으로 건설 중인 원전도 취소해 신규 원전은 추가하지 않았다.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지구 온도상승 1.5℃ 억제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제시됐다. 시나리오는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책임과 역량을 평가해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80% 줄이는 목표를 설정했다. 한국이 2030년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2005년 대비 4% 감축)하도록 제시한 목표와 비교해 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한 것이다.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지구 온도상승 1.5~2℃ 억제를 위해 국제 사회는 장기 저탄소 전략을 구상 중에 있다. 저탄소 전환을 위한 핵심 축인 발전 부문에서 재생에너지의 약진은 두드러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450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 세계 전력 생산량의 60%가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시나리오에서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전환을 국가의 장기 목표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며, 이를 위해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 수립을 위한 법체계 정비 ▷기후변화대응기본법과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과 장기계획 마련 ▷탄소세와 핵위험부담금 부과 ▷원전 안전기준 상향조정과 운영허가 갱신제도 도입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 재도입 ▷탈핵·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부 조직 개편 등을 담은 5개 분야 35개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저탄소 사회와 안전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가운데 발표된 이번 시나리오는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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