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쓰나미 쓰레기 태평양까지… 미국은 일본에 처리비용 청구

쓰레기섬 해결 자청한 ‘카이세이 프로젝트’… 몇 년째 활동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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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섬이 위치한 북태평양의 나선형 해류

 

[환경일보] 안상미 기자 = 북태평양 아열대 구역, 하와이와 미국 본토 사이에 있는 ‘쓰레기섬’을 알고 있는지?

 

‘플라스틱 아일랜드’로도 불리는 이곳은 세계 각국의 해양쓰레기가 섬처럼 모인 곳을 말한다. 이곳의 해류와 바람은 태평양에서 원을 그리며 움직이면서 소용돌이를 형성,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잡아 가두는 역할을 해 거대한 섬과 같은 쓰레기 더미를 형성한 것이다.

 

이 쓰레기섬은 1997년 알갈리타(Agalita) 해양연구재단의 찰스 무어가 항해 중 우연히 발견했다. 쓰레기섬은 지면이 아니라 움직이는 유체이기 때문에 정확한 크기를 측정하기 어렵지만 현재 한반도 7배 크기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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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을 섭취한 알바트로스의 유해. 모두

썩고 내장기관에 있던 플라스틱만 남았다.

쓰레기 농도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고무장화, 칫솔, 식품용기, 장난감 등 플라스틱이 90% 이상이다. 가벼운 플라스틱이 대부분인 이 쓰레기들은 물 위에 스프 건더기처럼 둥둥 떠 있는 형상이다. 이로 인한 해양오염은 물론, 작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알고 먹는 수많은 생물들이 죽어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플라스틱이 위속 가득한 새들이 하와이에서 죽은 채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게다가 프랑스의 AFP통신은 이 거대 쓰레기가 지난 40년간 100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쓰레기들을 치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쓰레기섬이 해류에 의해 계속 이동중이라 위치추적에 상상초월의 비용이 소요된다. 또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 해양생물까지 해치는 상황이 유발된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쓰레기가 미국령인 태평양에 있다 해도 미국이 책임질 명분이 없어 큰 비용을 감수하며 손댈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 

 

속수무책으로 쓰레기섬이 방치된 가운데 이를 해결하고자 나선 이가 있었다.  변호사이자 평소 항해를 즐겨온 메리 크로우레이는 해양쓰레기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며 더그 우그링과 2008년 ‘카이세이 프로젝트(Kaisei Project, 이하 카이세이)’를 공동으로 설립한 것. 카이세이는 해양 쓰레기의 실체와 영향, 해결책, 예방책 등을 연구하고 대중에 알리기 위한 비영리단체다.

 

해양환경 구원투수는 어디로?

 

2009년 8월, 카이세이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크립스해양연구소와 함께 팀을 만들어 쓰레기섬으로 첫 항해를 시작했고,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수거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들은 2009년 유엔환경계획(UNEP)으로부터 ‘기후 영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카이세이는 캘리포니아 대학, 컬럼비아 대학,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기타 단체 간의 과학자들과 제휴해 쓰레기섬의 처리방법을 연구했다. 또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생분해성 물질을 만드는 기술을 가진 다국적 기업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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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가 떠밀려온 미국 하와이 해변

하지만 태평양 쓰레기섬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한 활동을 펼쳐온 카이세이는 지난해부터 소리없이 자취를 감췄다. 2011년 6월 ‘세계 해양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후 1년 넘게 카이세이는 활동이나 소통 내역이 없다.

 

카이세이의 마지막 흔적은 SNS였다. 트위터에는 지난해 12월까지 글을 남겼으며, 페이스북에는 지난 2월 메리 크로우레이의 올린 짤막한 게시글이 전부였다. 

 

우리나라의 협력 프로그램 차원에서 각 산업 분야 관계자들과 스폰서를 찾기 위해 결성한 ‘프로젝트 카이세이 코리아’도 2010년 6월 이후 활동이 없고 관계자들과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각계의 전문가들과 유명 기업들이 협력해 쓰레기를 수거하려던 프로젝트가 4년 만에 소리소문없이 수면 밑에 가라앉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떠다니는 쓰레기섬, 곧 우리나라 ‘문제’

 

쓰레기섬 해결에 카이세이의 등장이 호재가 될 거란 기대와 달리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눈치만 보는 동안 쓰레기는 쉬지 않고 크기를 불려가고 있다. 특히 쓰레기섬은 바다를 떠다니는 특성 때문에 한 군데 영원히 머문다고 장담할 수 없어 반도국가인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한 예로 지난해 일본 쓰나미 참사로 형성된 또다른 ‘쓰레기섬’이 올해 안에 하와이에 도달한다는 하와이대학교 국제태평양연구소의 연구결과가 있었다. 연구결과는 하와이에 도달한 쓰레기는 돌고 돌아 2014년에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미국 캘리포니아·알래스카주,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 등 북미 서부 해안까지 흘러간 후 태평양 쓰레기섬에 합류하거나 다른 해안으로 흘러간다는 내용이었다.

 

이 연구결과는 현실에서 맞아떨어져 약 300만톤의 쓰레기가 태평양으로 유출돼 미국은 일본에 쓰레기 처리 비용을 요구했다. 현재 일본 환경성은 미국 태평양 연안의 지자체들에 처리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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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물에 얽힌 거북이

사태가 심각한 데 비해 국내에는 쓰레기섬과 관련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지난해 SBS에서 해양오염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을 당시 태평양 쓰레기섬이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네티즌들의 움직임은 거의 없었고, SNS에서도 의견이나 관심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 차원, 나아가 국제기구에서 협력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당연하지만, 그 전에 사람들의 ‘환경불감증’에 대해 각성해볼만한 사례이기도 하다.

 

해양환경관리공단 해양쓰레기대응센터 해양보전팀 양석준 차장은 “쓰레기섬은 태평양 외에도 인도양, 대서양에도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와 모니터링은 꾸준히 되고 있지만 관련 장비 마련이 쉽지 않다. 전 세계가 함께 움직여야 할 문제이며 각 국민들의 인식변환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해양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서는 “국토해양부와 관계부처들이 ‘해양쓰레기관리기본계획’을 정해 세부사업을 추진 중인데 해양환경관리공단은 특수선박을 전국 연안에 배치해 바다에 부유하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침적된 쓰레기를 처리하는 정화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coble@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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