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택수 기자= 인간과 동물의 유전적 배경은 다르다. 약 3만 종의 인간 질병 가운데 동물과 공유될 수 있는 질병은 고작 1.16%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마다 1억 마리의 동물이 실험실에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 최근 동물복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11일 EU는 동물실험을 시행한 화장품 및 성분에 대한 수입, 광고 및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EU는 2004년부터 완제품, 2009년부터 원료에 대한 화장품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금지해왔다. 또한 유럽 외에도 이스라엘에서는 유사 법안이 올해 초부터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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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문정림 의원과 동물자유연대 주최로 ‘화장품 동물시험 금지 입법’에 관한 토론회도

개최됐다 <사진= 김택수 기자>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동물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반성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13년 예산안 심의에서는 식약청의 동물대체시험법 검증·평가예산이 최초로 일반사업비 형식으로 편성됐다. 더불어 최근 국회 문정림 의원과 동물자유연대 주최로 ‘화장품 동물시험 금지 입법’에 관한 토론회도 개최됐다. 토론회는 정부, 화장품 업계, 시민단체가 자리해 생산에서 소비의 전 과정을 감안한 관련 정책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토론회에는 Cruelty Free International의 정책 전문가이자 영국 전 하원의원인 니콜라스 더글라스 팔머 박사를 초청한 주제발표도 있었다.

 

EU는 동물실험 반대 10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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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더글라스 팔머 박사 <사진=김택수 기자>

 

팔머 박사는 “유럽의 동물실험 반대 움직임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업계의 어떠한 불만이 없이 대체실험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라며 “특히 2009년 EU 내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한 성분분석까지 전면 금지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팔머 박사는 “반면 중국에 대한 견해가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난제이다”라며 “중국은 원료에 대한 수입업체와 개발업체가 대부분 다르며 개발업체들은 동물실험을 시행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2003년 화장품에 관한 동물실험 금지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라며 “이는 2만 개의 실험 완료된 원료가 이미 존재해 화장품 원료의 추가적 실험은 극히 일부만 이뤄지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여러 동물실험 사례를 소개하며 대체실험이 가능한 측면을 강조하면서 한국 업계의 참여를 언급했다.

 

팔머 박사는 “중국에 화장품 수출 시 동물실험 자료 제출 의무가 있으나 이는 현지 시험기관에 의뢰해 해결할 수 있다”라며 “중국도 대체시험법을 점차 도입하겠다는 태도이므로 한국이 먼저 나서서 국제사회 이미지를 변화시키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대체, 감소, 개선 등 원칙 지켜져야

 

2011년 기준 실험동물의 국내생산 및 수입현황은 약 432만 마리이며 이 중 약 304만 마리가 공급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동물보호단체의 활발한 활동으로 화장품 업계 차원의 동물시험 반대 광고와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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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정림 의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김택수 기자>

이에 국회 문정림 의원은 “화장품 동물시험 문제는 업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정부의 의지, 소비자 인식전환이 반영돼야 한다”라며 “화장품 포장에 동물실험의 시행 여부를 반드시 기재해 소비자의 알 권리보장과 생명존중 사상을 확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법 개정안을 발의 중인 문 의원은 “일각에서는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동물시험의 불가피성과 부작용에 민감한 소비자의 요구 반영 등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라며 “반면 대체, 감소, 개선 등의 원칙이 지켜진다면 희생 동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체 우려 시, 일부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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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화장품협회 임두현 제도위원

화장품 동물실험은 제품이 인간에게 어떠한 유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처음 시도됐다. 하지만 과학의 개발은 이에 대한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하게 했다.

 

이에 대한화장품협회 임두현 제도위원은 “이제는 과학기술로 동물시험 금지가 추진이 가능한 시점이 왔다”라며 “원료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화장품 완제품에 대한 동물실험은 장기간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임 위원은 화장품 동물 실험 입법화는 추진돼야 하지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을 지적했다. “인간의 안전을 위해 동물실험이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라며 “신규원료(자외선차단제, 색소, 보존제) 및 인체 세포 배양액 원료에 대한 필수 동물실험 요구 사항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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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 이형주 팀장

 <사진= 김택수 기자>


국민 68.6%, 법적 규제 강화해야

 

이어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 이형주 팀장은 동물실험 화장품에 관한 설문조사내용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2011년 6월부터 시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97.4%가 동물실험 미시행 상품을 선호하며 68.6%가 이에 대한 강화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kt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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