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우려로 고철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반대로 우리나라는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후쿠시마 고철 수입량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수입항인 군산항에는 방사능감시기조차 없어 방사능 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최재천 의원이 오나하마 세관지서(小名浜税関支署)의 ‘후쿠시마 무역개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이후 2013년까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한 후쿠시마현 고철은 총 15만8910톤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9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지난 3년간 우리나라가 수입한 고철은 전체 물량의 58%, 수출금액의 50%에 해당하는 9만2455톤, 약 29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우리나라가 후쿠시마현 고철의 최대 수입국인 셈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 지역의 고철 가격이 떨어지면서 반대로 우리나라의 수입량은 급격히 늘었다. 방사성 물질 오염 등 후쿠시마현 고철의 안정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임에도 ▷2011년 9764톤(약 56억원) ▷2012년 4만3439톤(약 110억원) ▷2013년 3만9252톤(약 130억원)을 수입하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재활용된 수입고철은 100만톤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고철이 가장 많이 수입되는 곳은 군산항으로, 2013년 64만 9000톤에 이르고 그 중 45만 3000톤은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다.

그러나 군산항에는 방사선 감시기가 한 대도 없다. 지난 8월7일, 부산항에서 일본산 수입고철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것이 발견돼 반송 조치된 바 있지만 군산항에서는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할 방법조차 없는 실정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 수입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9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신영국 의원은 “1998년 이후 1년 사이 방사능에 오염된 수입고철이 9건 발견되는 등 연평균 4건 이상의 오염고철이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2011년 노원구에서 발생한 아스팔트 방사능 오염 사고에 대해서도 정부는 수입 폐아스콘의 방사능 오염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최재천 의원은 “일본 원전사고 여파로 후쿠시마현 고철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자 방사성 물질의 오염 여부와 관계없이 매년 수입량을 늘려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검사시스템의 가동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노출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당 역시 “지금이라도 정부가 후쿠시마에서 수입된 고철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조사하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라며 “방사능 오염조사 체계와 장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후쿠시마산 고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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