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송진영 기자 = 정부가 올해부터 생태계 균형을 위해 멸종된 맹수류인 늑대와 표범의 야생 복원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혀 멸종위기 종복원사업과 그에 따른 국립공원 안전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멸종된 맹수류인 늑대의 야생 복원

타당성을 검토할 계획이라 밝혔다.

멸종위기 종복원사업은 환경부가 2004년 반달가슴곰(이하 반달곰)을 시작으로 산양, 여우를 대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반달곰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 조절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반달곰 복원은 생태계 균형 유지와 안정화를 위한 구심점이다. 여우는 먹이사슬의 중간 아래 단계 포식자군을 형성하고, 산양은 초식동물로서 맨 아래 단계의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어, 생태계에서 각각의 역할을 기대하며 종복원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늑대 또한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국내 생태계 회복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의견이지만, 맹수 특성상 늑대를 자연에 복원할 경우 가축은 물론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국립공원을 찾는 방문객 수가 한해 4600만을 넘고 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적어도 한번 이상 국립공원을 방문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전문제는 필수불가결한 중요 사안이다.

 

▲지리산에서 곰과 마주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해진 탐방로를

이용하고 야간 산행은 삼가는 게 좋다.

환경부 “정규탐방로 이용하면 거의 안전”
서식지인 지리산에 살고 있는 반달곰은 자연 출생한 새끼를 포함해 총 34마리로 알려져 있다. 반달곰 복원이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했지만 다행히도 현재까지 알려진 인명피해 사례는 없다. 그렇다고 한해 지리산을 찾는 300만명의 등산객과 지리산 권역에 거주하는 수많은 농민들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환경부는 얼마 전 정해진 탐방로만 이용할 경우 반달곰을 마주칠 확률이 0.8%로 희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500m 이상 벗어나게 된다면 그 확률은 순식간에 70%가 된다.

이와 관련해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곰의 움직임과 주요 활동지역 분석 결과를 토대로 탐방로를 조성했기 때문에 반달곰과 만날 확률은 거의 없고, 안전 또한 우려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농가나 대피소 등에 전기울타리를 설치해 곰의 접근을 차단하고, 반달곰 출현 지역의 위험도에 따라 빨강·노랑·하양색으로 경고 표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정규탐방로도 동물 서식지의 일부”
그러나 녹색연합 관계자는 “정규탐방로 또한 결국 산의 일부이자 반달곰 서식지의 일부이기 때문에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달가슴곰 만났을 때 행동요령 및 경고 문구

실제 그간 농가의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해왔고, 대피소에서 반달곰을 마주해 공포탄을 쏘아 쫓아내는 사건 등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야생동물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두려워하고 피하지만, 본능적으로 생존의 위험을 느낄 경우 인간의 영역에 침범해 어떤 위협도 가할 수 있다.

정부가 인명피해 우려가 큰 야생동물을 복원함과 동시에 국립공원 탐방객을 늘리기 위한 케이블카 설치 등의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인간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야생에 돌아간 동물들의 활동을 제어하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피해보상제도 있지만 주민 불안감 여전
종복원사업 당시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센 것은 당연했다. 농작물 피해나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금전 보상 제도가 마련돼있지만 그것으로 실질적인 불안감을 떨쳐내기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곰을 방사하는 지역이 해발 1000m 위쪽으로 지리산 국립공원 구역 안이며, 지리산은 700m 등고선을 기준으로 위쪽이 공원구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기준선을 동물이 알 리는 만무하다.

전기울타리 등의 안전 시설 강화와 사고 방지 순찰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아끼지 말고 사람과 동물의 영역을 확실히 분리해 사고발생률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탐방로에 설치된 반달가슴곰 동면지역 홍보 깃발

<사진출처=종복원기술원>

주먹구구식 종복원, 인간·동물 모두 위협
야생동물 종복원사업은 시작 전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문제점이 예견됐다. 지리산을 둘러싼 도로와 등산로가 동물들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어 통상적으로 도로나 등산로가 있을 경우 1㎞까지 접근하지 않는 야생동물의 특성상 생존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서식지 및 생태축 복원이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개체수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이는 동물이 야생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하고 결국 민가로 내려오게 만들어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위협요소로 작용한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에 투입한 예산만 242억원이다. 이에 합당한 안전하고 이상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동물 한 종만의 복원이나 증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먹이사슬 관계를 감안한 ‘생태계 건강성 회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민간단체는 “충분한 서식지 확보와 환경 조성, 그리고 인명피해 방지에 더 많은 시간과 연구를 기울이며 정량적 성과평가는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songj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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