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 또는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 원료를 사용한 제품의 제조·수입 금지가 추진된다. 이에 따라 동물 보호가 법적으로 강화되는 한편, 동물의 불필요한 희생을 최소화한 선진화된 화장품 제조·유통·판매 구조의 정착이 기대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의원은 지난 1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U를 중심

으로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추세가 확산되

고 있다.

최근 들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도 희생되는 동물의 수를 최소화(Reduction)하고 대상 동물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등 실험조건을 개선(Refinement)하며 가능한 대체(Replacement)실험을 실시하는 등 동물실험에 있어 3R 원칙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제조 과정에서 안전성 테스트 등의 이유로 시행하는 동물실험을 금지하거나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화장품 제품 자체에 대한 동물실험을 금지한 바 있고 2013년부터는 화장품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을 거친 제품의 판매도 금지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역시 동물실험의 3R 원칙에 근거해 지난 2004년부터 화장품 독성시험 및 동물대체시험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동물대체시험법 11종을 각 회원국이 화장품 심사를 할 때 활용토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약처 역시 경제개발협력기구가 권고한 동물대체시험법 가이드라인 총 11개 중 9개를 도입해 화장품 심사에 활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2개 동물대체시험법 역시 2015년 도입 완료가 가능한 시점에 와 있는 등 화장품 도입을 위한 국내 여건이 성숙된 상태다.

소비자들 역시 생명존중 의식이 높아지고, 잔인한 방식의 동물실험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을 구매하는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커지고 있다.

화장품업체인 더바디샵은 화장품 동물실험금지법안에 찬성하는 백만 서명을 문정림 의원에게

전달하는 등 윤리적 소비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제공=더바디샵>



국내 화장품업계의 역시 기업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화장품협회는 ▷화장품 동물대체시험법에 의한 위해평가 방법 정립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이 어려운 시험법에 대한 적용 방안 마련 ▷수출국 제도에 대한 적용 예외 등을 고려한 동물실험금지의 원칙에 동의한 상태다.

문정림 의원은 이러한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세계적 추세와 소비자의 요구를 고려해 제조·판매업자가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 또는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 원료를 사용해 제조, 위탁제조 또는 수입한 화장품의 유통·판매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국회 보건복지위 문정림 의원

다만 국민의 생명에 대한 위해 여부, 법안의 적용 주체인 관련 부처 및 업계의 여건을 감안해 ▷살균 보존제, 색소, 자외선 차단제 등 사용상 제한이 필요한 원료의 사용기준이 필요한 경우 ▷국민보건 상 위해 평가가 필요한 경우 ▷해당 동물대체시험법이 개발되지 않은 경우 ▷화장품 수출·입 시 해당국의 법·제도가 동물실험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경우 등 동물실험 금지의 예외를 인정해 법의 현실적 타당성과 실제 적용 가능성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이미 수백 개 이상의 화장품 브랜드에서 동물실험 없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화장품동물실험 금지를 위한 여건이 성숙된 상태”라며 “이번 화장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는 동북아에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법에 명문화한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898년 창시된 영국 생체실험 반대연합(BUAV)의 국제운동기구이자 동물실험반대 국제 비영리기구인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Cruelty Free International)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한국에서 동물의 처우와 복지 기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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