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1급 발암물질 석면으로 만든 건축물에 대한 서울시 대책이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시민 건강이 우려된다. 서울시 소유의 석면건축물은 874개에 달하지만 석면을 제거할 예산은 단 한푼도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소유한 석면건축물은 무려 874개에 달

하지만 석면을 해체할 예산은 단 한푼도 없다.

석면은 유연성과 열 저항력이 강해 매우 다양한 분야에 사용됐지만 흡입 시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 폐암,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환을 불러일으켜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제정한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6개월마다 위해성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유지관리와 손상 시 즉시 보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 결과를 석면건축물관리대장에 기록해야 한다.

서울시 조례에서도 석면의 비산을 방지하기 위해 석면 해체·제거 및 보수, 봉합, 밀봉 안정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그 내용을 기록하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위해성평가 후 6개월이 지난 올해 초에 876개 석면건축물에 대한 위해성평가 용역을 발주한 것이 아니라 5월이 돼서야 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작년 하반기 조사는 서울시 본청에서 했지만 올 상반기 조사는 석면건축물을 보유한 부서에서 했다. 이번 공고는 올해 하반기 위해성평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 실내환경관리시스템 사이트에는 서울시 소유의 공공건축물 석면정보가 올라 있다. 여기에는 2012년 최초 조사결과와 지난해 실시한 위해성평가 결과는 있지만 올 상반기 평가결과는 없다.

서울시 석면관리 담당자는 “각 부서별로 위해성평가를 했는지 지금 확인할 수 없다. 하반기에 본청에서 위해성평가를 하면서 부서별로 위해성평가를 했는지 함께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간 2회의 위해성평가 가운데 상반기 1회는 건물을 소유한 부서에 맡겼지만 실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설사 부서에서 위해성평가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석면이 발견돼도 이를 제거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를 위한 예산조차 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부 시행령에는 석면건축물이 ‘손상’됐을 시 즉각 조치를 실시하라고 규정했다. 석면이 있다고 해서 즉각 제거하라는 의미가 아니며 언제까지 제거하라는 별도의 규정도 없다.


결국 부서별로 없는 예산을 짜내서 석면을 해체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석면이 모두 제거될지 기약조차 없다. 실제로 서울시 차원의 석면 해체 계획이나 예산도 없고 각 부서별로 ‘알아서 제거하라’는 식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소유한 공공건축물은 천만 시민이 이용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운전면허시험장, 차량정비사업소, 농수산물시장 등은 공무원보다 일반 시민이 더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서울시민들은 지속적으로 석면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석면건축물안전관리협회 관계자는 “석면의 안전한 관리는 보고서 작성이 아니라 석면 발견 시 즉시 보수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작업자와 건축물 거주자, 이용자들에 대한 안전조치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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