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친환경제품에 대한 공공기관 구매만 1조7270억원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친환경주의)이 늘고 있다.

 

그린워싱은 그린(Green)과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의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과장해 상품을 광고 또는 홍보하거나 포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녹색 관련 표시를 한 제품 가운데 46%가 허위·과장 표현을 하거나 중요 정보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소비자를 기만하는 그린워싱은 날로 늘고 있다.

 

그린워싱이 만연하면서 친환경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2010년과 2012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제품 구매 경험은 39.6%→56%로 늘어난 반면 ‘믿을 수 없다’는 응답자도 4.3%→8.4%로 2배 가량 증가했다. 

 

그린워싱의 7가지 유형

 

녹색 관련 표시가 있는 제품 가운데 절반은 허위, 과장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

기업들의 그린워싱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구체적으로는 ▷친환경적인 몇 가지 속성만 강조하고 환경에 미치는 전체적인 영향은 감추거나(숨겨진 정보) ▷제3자의 검증이나 객관적 정보의 뒷받침 없는 근거없는 친환경성 주장(증거 불충분) ▷ 광고문구를 애매하게 넣어서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도록 하고(애매함) ▷사실이기는 하지만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엉뚱한 정보 제공, 예를 들어 30년 전에 이미 사용이 금지된 염화불화탄소(CFC)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무관함) ▷친환경적 요소는 맞지만 담배나 농약처럼 환경에 해로운 제품에 적용돼 본질을 덮어버리는 행위(유해제품 정당화) ▷적나라한 거짓말, 취득하지 못한 인증마크 도용(거짓말) ▷공인되지 않은 자체 환경인증마크나 슬로건을 포장에 넣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처럼 홍보(잘못된 인증마크 맹신) 등이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모여 협회를 만들고 스스로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사례가 있다. 까다로운 정부 공인인증 대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설계된 인증기준을 만들어 멋대로 친환경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아울러 외국기업과 손잡고 ‘녹색 어워드’라는 식의 친환경상을 만들어 돌아가서면서 상을 주고 이를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수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정부 부처별로 환경과 관련된 인증을 제각각 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한계 뚜렷

 

정부와 기업, 협회 등에 각각의 친환경 인증을 남발하면서 오히려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기만적인 상술에 맞서 정부 차원의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환경부는 2014년부터 친환경위장제품을 처벌하는 법규를 마련해 올 4월 일회용 식탁보제품에 대해 고발조치를 취했으며 12개 제품에 대해 거짓·과장 표시를 자진 삭제하도록 했다.

 

아울러 사업 첫해인 올해는 500건을 모니터링해 분석하고 잘못된 사례를 찾아 자발적인 시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친환경마케팅이 활발한 세제류, 목욕용품, 화장지류, 가공식품, 유제품류 등 온·오프라인 유통매장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활용품 중심으로 감시한다.

 

정부의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따른 부당 표시·광고 위반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환경법 위반 시 최고금액이 아닌 수백만원의 벌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허위광고로 얻는 이득에 비해 벌금이 너무 작아 그린워싱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전문적인 기관이 인증하고 승인하지 않은 친환경 로고는 절대 사용할 수 없으며 적발되면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토해내야 한다.

 

캐나다의 ‘그린마케팅 및 제품포장 가이드라인’의 경우 지나치게 꼼꼼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품처리과정에 ‘재활용 가능한’이라는 문구를 넣기 위해서는 제품의 재활용 장소와 제품 판매 장소가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점까지 규정하고 있다.

 

제3자 검증으로 공신력 높여

 

UL 환경사업부 리사 마이어(Lisa Meier) 부사장

이처럼 그린워싱이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면서 진정한 친환경제품을 선택을 돕는 서비스도 늘고 있다.

 

안전성 평가로 유명한 UL은 공신력 있는 제3자 인증기관의 역할을 담당해 기업들이 주장하는 환경성을 검증하는 ECV(Environmental Claim Validation)를 서비스하고 있다.

 

UL의 ECV는 재사용/재활용 가능한 소재 사용률이나 유해물질 함유율 등 제품의 친환경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는 환경 라벨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제품의 경우 UL 데이터베이스에 등재해 관리되며 검증된 제품이나 마케팅 자료, 패키지 등에 검증 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친환경제품을 생산/서비스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공인된 검증을 통해 품질의 차별화를 내세울 수 있게 되고 그린워싱이 아니라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UL환경사업부 리사 마이어(Lisa Meier)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린워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높이 샀다. 그는 “미국은 한국보다 벌금 수준은 높지만 정부 차원의 대응은 미진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UL 환경 서비스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도 “기존 국가 인증 프로그램이 있다면, UL 마크가 이와 조화되도록 노력해 각각의 마크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며 “국가별로 별도의 기준과 마크가 운영되고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를 각각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신뢰할 수 있는 마크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젤라 그리피스(Anfela Friffiths) 이사

 

안젤라 그리피스(Anfela Friffiths) 이사는 환경과 건강의 구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요즘은 인체 건강에 대한 부분 역시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보다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여러 환경성 주장이 하나의 제품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 UL ECV 검증 마크 내에는 여러 환경성 주장에 대한 내용을 포함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나 환경 호르몬 등 각각의 내용을 구분해 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환경마크 인증을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맡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 민간협회가 담당한다. 각국의 협회가 모여 통일된 환경인증 도입을 논의하고 있으며 UL도 참여하고 있다.

 

기업이 상호인증을 획득하게 되면 해당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 환경인증을 다시 획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어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L은 전 세계 180개 이상의 다양한 규격의 환경 챔버를 보유하며 제품군별 특성에 따른 테스트를 통해 친환경 제품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명확하고 투명한 메시지 필요

 

마이어 부사장은 “제조사의 브랜드는 그들의 자산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는 지, 어떤 마크를 통해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지는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라며 “수출입 과정에서 시장별로 어떻게 접근을 하는 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메시지를 포함한 마크나 제도 등도 기업들이 가치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이 지구 친화적, 생태적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마크에 최대한 담으려고 하지만 공간의 제약상 많은 단어를 넣을 수 없고 소비자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린워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그는 “친환경제품, 보건,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모호하거나 불명확한 마케팅이 오히려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며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클레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어 자체가 명확하고 투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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