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서 그간 유럽연합이 주도한 환경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환경한림원은 세계 정세를 판단하고 환경영향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박미경 기자>



 [프레스센터=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국제 환경정책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 최근 영국이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면서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EU 내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환경정책을 보여준 영국이기에 환경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망되는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해 전반적인 환경정책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EU 중심의 환경체제에서 시장 지배력이 약화된다면 역으로 아시아권 국가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한국환경한림원은 ‘브렉시트 이후 국제정세와 환경영향’을 주제로 지난 7월27일 프레스센터에서 포럼을 개최했다.

 

▲서경대 한택환 교수

대표선수 잃은 EU, 글로벌 대응 타격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환경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경대학교 한택환 교수는 “브렉시트가 당초 예상보다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환경적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추세로 갈 가능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EU의 최대 업적 중 하나는 바로 환경(에너지, 기후변화 등)에 대한 공헌이다. 환경법 측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실체로서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EU와 별도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국제 기후변화협상에서 주도적 입장을 견지해 왔고, 국내적으로도 매우 진취적인 기후변화대응 정책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영국의 탈퇴로 기후변화대응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EU의 기후변화 리더 역할이 약화될 수 있으며 영국의 강한 감축목표를 대신할 충족 방안 마련 등 EU차원의 2030 감축목표 재할당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 등 환경정책 균열 야기


한편 탈퇴로 인한 고립을 피하기 위해 영국 단독의 적극적 역할은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후변화 입장은 대의명분이기에 영국의 정책이 후퇴한다면 국제적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오진규 선임연구위원은 당분간 선도적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2030 감축목표’는 국내법으로 확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개도국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환경공단 해외사업팀 윤현식 팀장은 “브렉시트로 파리기후협정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영국의 배출량은 세계 배출량의 약 1%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환경영향을 보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가 있다. 환경정책이 크게 변함이 없을 것(시나리오1)이라는 견해와 EU 이외의 다른 국가 환경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시나리오2)이라는 게 그것이다.

 

경제 침체 시 환경문제 추진력 약화

 

▲왼쪽부터 에너지경제연구원 오진규 선임연구위원, 환경공단 해외사업팀 윤현식 팀장, 인천대 강희찬 교수


시나리오 1의 경우 영국의 기존 환경 분야 위치를 유지하고 EU국가와의 경쟁을 통해 더욱 강화된 정책과 투자가 가능해져 전 세계적으로 환경정책과 협력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시나리오 2의 경우는 EU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한 영국이 빠진다면 협상력과 주도력은 약화되고 영국의 자국 보호주의와 배타주의로 개도국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에너지기후변화부’가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 및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오진규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의 신정부 조직개편뿐만 아니라 신임 외교장관 역시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알려지면서 기후변화 행동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다른 나라가 영국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경우 더 문제다. 인천대학교 강희찬 교수는 “동조 현상의 가능성이 있다”며 “EU 회원국들의 잇따른 탈퇴, 미국의 정권 교체, 일본과 호주 등의 독자노선 등으로 인해 탈세계화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경제의 침체 등이 올 경우에 역시 환경문제에 대한 추진력이 약화될 개연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환경 시장 대응체계 마련해야


이처럼 당분간은 변동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택환 교수는 “EU ETS(배출권거래제) 및 파리협약 체제의 약화 가능성에 대한 시나리오별 예상 및 대책을 세워야 하며 한국과 영국 간 FTA 체결 관련 환경 조항 분석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현식 팀장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EU의 기후변화대응 정책 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정부차원의 행정 지원 및 기술 지원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한 EU 환경시장 약화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면 환경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 팀장은 “선진국 위주의 틀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개도국의 연계성이 강화되는 시장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의 우수한 환경정책, 환경기술이 주변국(중국, 인도, 동남아 등)에 수출될 수 있도록 환경기업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브렉시트가 환경분야에 가져올 결과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환경시장을 주도할 새로운 왕좌를 찾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 역시 적극적인 행동으로 세계 환경시장에 대응하고 변화 속에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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