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2일 코엑스에서 생활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있었다.  

                            <사진=정흥준 기자>



[코엑스=환경일보] 정흥준 기자 =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편리를 위해 사용되는 생활화학물질들에 치명적인 독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생활화학물질에 대한 걱정과 공포가 점점 커지면서 ‘화학포비아’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화학물질을 거부하는 ‘노케미족(No-chemical)’까지 생겨나는 상황이다.

이들은 유해화학물질의 첨가여부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생활화학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샴푸‧세정제 등의 제품을 천연재료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화학물질 종류는 4만개가 넘고, 매년 300종 이상 추가되고 있다. 이는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화학물질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생활화학물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최근 코엑스에서 ‘국민 생활 속에서의 화학물질과 안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마련됐다.

잃어버린 신뢰 회복, 투명한 정보 공개가 답   

▲동덕여대 박광식 교수

동덕여대 박광식 교수는 “화학물질은 양면의 칼과 같은 존재”라며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이 안 나타나는 최대값을 측정하고, 그것보다 더 낮은 값을 사람에 대한 기준으로 정하는 등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물질이라도 어떻게 접하느냐에 따라 위해성이 달라진다”며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흡입 위해성에 대한 평가가 없었기 때문에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재 국제 기준을 통해 독성 여부가 객관화된 화학물질이라도 물질에 대한 활용과 노출 방법 및 빈도 등은 국내 상황을 반영해 안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인하대 천영우 교수는 “4만종이 넘는 화학물질 중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마 몇백종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평가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공개하고, 안전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천 교수는 “사람들은 모르고 있던 위험에 대해서 더 큰 분노와 공포를 느끼는데 화학물질도 마찬가지”라며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공개로 국민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현재 느끼고 있는 두려움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대 천영우 교수


하지만 현재 화학물질에 대한 정부의 전수조사는 국민들에게 큰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수조사의 물질 종류가 15종으로 제한되는 등 조사의 범위가 좁다는 의견도 있다.

환경부의 평가 결과에 대한 불신은 최근 항균필터의 유해성 평가에서 오락가락 말을 바꾸는 행보를 보이며 더 가중됐다.

이에 대해 인천대 이창길 교수는 “화학물질의 평가 결과만 제공해서는 안 되고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과정까지 공개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지자체의 홈페이지나 소통 채널에서 화학물질 안전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생활화학물질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위험 요소인 만큼 지자체 규모에서 좀 더 국민에게 다가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jh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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