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WCA회관=정흥준 기자] = 간편식품 시장은 편의점의 증가와 함께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6년도 식품산업 주요 지표’에 따르면 냉동조리식품, 레토르트 식품 등 간편식의 출하액은 2014년 약 3조5000억원이었다.

또한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520만3000가구로 전체 가구 중 27.2%를 차지해 가장 많은 가구형태를 차지했다. 1인 가구의 급증,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 등을 이유로 ‘혼밥(혼자밥을먹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간편식품 시장의 성장은 앞으로 더 큰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 도시락은 제조단계에서는 안전하지만 편의점 등에서 개방형 진열대에 놓이기 때문에 변질될 우려가 있다. 



대형 프렌차이즈 편의점들은 1인 가구를 겨냥해 별도의 손질 없이 먹을 수 있는 요리·과일·채소 등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간편식품을 먹고 장염 및 식중독 등 피해를 입는 사례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편의점 4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24가지 도시락을 조사한 결과 대장균을 포함한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이내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조단계에서의 안전은 확인됐지만, 제조 이후 유통 및 관리 단계에서의 안전관리는 아직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26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편의점 간편식품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모든 편의점 도시락 위험한 상태

식품위생법상 도시락의 냉장 보관 온도는 0~10℃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의 경우 개방형 진열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10℃를 웃도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각적 효과, 냉장 성능 저하 등으로 보관 온도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종대 식품공학과 김용휘 교수는 “도시락 냉장온도를 0~10℃로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식품 안전을 위해선 5℃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 결국 모든 편의점 도시락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6도 이상에서는 대부분의 식중독균이 생길 수 있어 전문가들은 냉장 보관 온도를 5℃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행 법률상 즉석섭취 축산물과 가금육 제품의 경우 냉장 및 유통온도가 -2℃에서 영상 5℃ 이하다.

하지만 도시락의 경우 즉석섭취 축산물이 포함된 식품이 있음에도 보관온도 기준이 높게 설정됐다는 지적이다. 유통기한이 남있다고 해도 보관 온도에 따라서는 음식이 상하거나 변질될 수 있어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간편식품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정흥준 기자>



식품안전교육 대상 범위 넓혀야


▲서울시 식품안전과 박봉규 팀장
제조업체에 한해서만 이뤄지는 식품안전교육도 문제로 제기됐다. 김용휘 교수는 “식품을 유통 및 판매하는 사람도 식품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규제가 심하다는 이유로 의무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식품안전과 박봉규 팀장은 “편의점은 자유업이기 때문에 교육의 의무화가 어렵다”며 “현재 서울시는 단속을 통해 유통기한 및 적정온도 등의 점검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속을 통한 점검은 일부 매장에만 무작위로 이뤄지는 점과 적은 과태료 부과 등으로 별다른 개선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식품상담 불만사례 중 즉석식품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0.5%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간편식품을 먹고 설사나 배앓이를 하는 소비자들까지 포함하면 간편식품으로 인한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간편식품과 피해의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소비자가 보상을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간편식품에 대한 기업의 안전 관리에 대해 더욱 엄격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jh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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