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너지 전환 선언 1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열렸다. <사진=박미경 기자>



 

[서울시청=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지난해 11월24일 경기도, 서울특별시, 제주특별자치도, 충청남도는 ‘지역에너지 전환을 위한 공동선언’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무엇보다 4개 광역지자체장이 한자리에 모여 에너지분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에너지전환의 진일보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그로부터 1년 후, 에너지 문제를 지역차원에서 공론화하고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등 가시적 성과도 분명 있었지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분권이 수반돼야 하는데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지자체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여전히 권한을 놓지 못하고 있고 정부정책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가로막고 있어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구조에서는 ‘지역에너지 계획’ 실효성이 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와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는 지역에너지 전환 공동선언 후 1년간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기개발연구원 고재경

상임연구원


화석연료서 재생에너지로 전환 불가피
우리나라는 그간 화석연료 기반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에 의존한 결과 에너지자립도,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낮은 전기요금이 에너지집약형 산업구조를 고착화시켰고 저탄소 산업구조 재편의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2014년 확정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수요관리, 분산형 발전, 환경과 안전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석탄과 원자력 중심의 공급체계를 고집하고 있다. 정치적 의지가 없으면 분산형 에너지로의 전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경기개발연구원 고재경 상임연구원은 “에너지분권을 위한 정부 정책과 인프라는 매우 미흡하다”며 “계획과 정책의 의사결정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되는 하향식 구조에서 지방정부는 위임된 업무만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고 상임연구원은 “지역에너지계획과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목표를 연계해 실효성을 높이고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에너지 계획 수립 과정에 지자체가 참여하는 등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관 에너지실현 공감 분위기 확산
경기도, 서울특별시, 제주특별자치도, 충청남도는 에너지자립을 선언하고 지자체 차원의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는 온실가스 배출량 및 전력 소비 1위, 외부의존도 70%라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2030년까지 전력자립도 70%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경기도 에너지자립 실행위원회 생산분과 안명균 위원장은 “경기도가 에너지자립도를 끌어올리면 경기도 내에서 노후원전 7기를 대체할 수 있다”며 “경기도, 경기교육청, 도의회, 31개 시·군, 종교계, 시민사회 등 민관의 에너지실현 공감대가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군 참여와 계획 수립을 위한 실효적 수단인 실행계획이 없고 에너지전환, 기후변화, 미세먼지 대책 등 관련 부서 분산으로 집행체계 부족 등 한계도 있다.

 

안 위원장은 “수원, 안산시를 제외한 대부분은 시·군에서의 에너지 담당부서는 실효성이 없다”며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해 조직 신설 등 집행체계 구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미세먼지 발생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가 충청남도에 47% 가량 밀집돼 있고 이와 관련해 환경·건강 문제가 부상하면서 주민 체감도 역시 높아진 상황이다.

 

충청남도 기후에너지 전략 특별위원회 여형범 위원은 “충남 내 이해당사자 공감대가 마련되는 등 정책 담론 측면에서 논의의 장이 늘어났고 햇빛발전협동조합 설립, 적정기술센터 완공 등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왼쪽부터 경기도 에너지자립 실행위원회 안명균 위원장, 충남 기후에너지전략 특별위원회 여형범 위원, 에너지민주주의센터(주) 김동주 연구원,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이유진 총괄간사



에너지자립 우수사례 네트워크 구축 필요

제주도는 2030년까지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라는 야심찬 목표를 선언하며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지사는 전국의 시·도지사가 없는 특별 권한이 있는데 특별법을 통해 풍력발전에 대한 권한을 이양받았다. 도지사는 풍력자원을 활용한 개발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을 도민이 향유하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이 법률적으로 명시돼 있다.

 

에너지민주주의센터(준) 김동주 연구원은 “풍력자원 개발이익을 지역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사업 등에 기여하도록 하는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조례가 제정돼 예산 심의과정에 있다”며 “기금 활용은 다른 지자체 에너지 벤치마킹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시는 2012년 4월부터 ‘원전하나줄이기’를 통해 에너지 소비 도시에서 ‘에너지 자립 도시’ 전환을 선언했다. 현재까지 원전 1기 분량의 200만TOE(Tonne of oil equivalent, 석유환산톤)를 줄였으며 전력자립율을 2011년 2.9%에서 2015년 5.5%로 끌어올렸다. 2020년까지 원전 2기에 해당하는 400만TOE를 줄이고 온실가스도 1000만톤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김성환 노원구청장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이유진 총괄간사는 “원전하나줄이기를 통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사용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에너지 시민’이 등장했다. 에너지 전환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일자리와 연계할 수 있는 사업 실행 등 다음 단계를 고민할 때”라고 제안했다.

 

지역은 중앙정부의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앙정부 정책이 지방정부 정책과 맞물려야 하지만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반대하고 지자체의 에너지정책 집행 권한 강화와 분산형 에너지가 확대’를 주장하는 지역에너지 정책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원개발촉진법 폐지 서둘러야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법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개발이 우선시되던 때 전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전원개발촉진법’ 때문에 지역민의 반대에도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 법에 따르면 전원개발사업자는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수립해 산업통산자원부장관의 승인만 받는다면 19개의 다른 법령(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로법, 사도법, 하천법 등)에서 다루는 인허가를 전부 거쳤다고 인정받게 돼 지방자치단체나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도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무소불위 권력’, ‘독재의 유물’이라는 지탄을 받자 최근 폐지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동력이 없어 계류 중이다. 

 

김 구청장은 “이 법이 있는 한 에너지전환은 어렵다. 빠른 시일 내 폐지돼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역행하는 에너지정책이라는 질타를 받아왔던 정부정책이 어떤 변화를 담아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내년은 8차 전력수급계획이 수립되고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 과거 정책 답습이 아닌 에너지정책 전환을 이끄는 전환점이 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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