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프로슈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후변화센터 한덕수 이사장 <사진=정흥준 기자>



[포시즌호텔=환경일보] 정흥준 기자 = 지난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 국제사회는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이하 EU)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했고, 애플·BMW·나이키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RE 100’에 가입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중을 높이기로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는 가정과 기업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상호 거래하는 형태의 사업 모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주한EU대표부 미하엘 라이터러

대사 내정자

한국도 ‘기업형 프로슈머 육성정책’, ‘에너지신산업 성과확산 및 규제개혁’ 대책 등을 통해 에너지시장의 민간참여와 신산업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기후변화센터는 주한EU대표와 ‘신기후체제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에너지프로슈머’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기후변화센터 한덕수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에너지 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프로슈머로 이어질 것이고, 일자리 창출, 저렴한 전기 가격 등 편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기존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어 신기후체제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한EU대표부 대사 내정자인 미하엘 라이터러는 “소비자가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에 참여할 경우 여러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우리는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고, 무엇보다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석탄발전 끊고 프로슈머 유도해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이상훈 소장


독일의 경우 전기요금에 비해 태양광 발전의 원가가 낮은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에 진입하면서 에너지 프로슈머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 자가소비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저장을 하는 사업 모델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전력의 이웃간 거래, 대형 프로슈머와 대형 소비자 간의 거래, 일반 사업자의 발전 및 판매 겸업을 허용하는 기업형 프로슈머 모델을 기획하고 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이상훈 소장은 “국내의 태양광 발전원가는 국제사회와 비교해 비슷하지만 현재 공급되고 있는 전기요금은 싼 편”이라며 “독일은 우리 전기요금의 3배이고 이는 국민들을 에너지 프로슈머로 유인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이 낮은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석탄, 원자력 등의 값싼 원료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전력 정책은 환경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며 국제 사회의 질타를 받고 있다.

▲자그레브대 고란 크라자식 교수

에너지빌 피에터 빈거호에 박사는 “EU는 2030년까지 40%의 탄소감축을 목표로 하고 에너지효율성, 재생에너지에 대한 리더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프로슈머의 경우 오전과 저녁에만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은 전기가 저렴한 낮에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저장해 다른 시간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이 에너지소비 현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전력 생산과 소비의 선택을 유도해야 하며, 소비자에게 사용하기 쉽고 편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그레브대학교 고란 크라자식 교수도 “프로슈머 육성을 위해선 자기소비와 생산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들이 전력망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발전의 중앙화는 전력 저장 등 많은 전력들이 낭비되고 분산형 발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훈 소장은 이를 위해 전기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소장은 “한전 외에도 재생에너지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거래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6월 소규모 사업자에게도 전기 공급을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 표류 중이다.

▲에너지빌 피에터 빈거호에 박사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유수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이 에너지 프로슈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기술과 시장의 자유화를 통해 이뤄야 하는데, 한전이 장악하고 있는 전력시장의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에너지 프로슈머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시스템 전환을 미루며, 국제적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jh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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