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찬희 기자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수현 연구원이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된 논문을 소개하며 미세먼지와 기후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출처: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뉴스레터 클라마 NO.140 - ‘스모그와의 전쟁, 기후변화에 주목하라’).


먼저 그는 공기를 뜻하는 영어 ‘에어(Air)’와 파멸을 뜻하는 ‘아포칼립스(apocalypse)’를 합친 신조어인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를 소개하며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살인적인 중국의 대기오염을 빗댄 말”이라고 설명했다.


스모그 속에 포함된 사람 머리카락의 30분의 1 정도의 미세먼지는 숨을 들이쉴 때 폐 깊숙한 곳으로 침투해 건강한 사람들의 호흡기관과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어 그는 지난해 겨울 12월, 심각한 수준의 스모그가 베이징과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점을 예로 들었다.


당시 베이징 당국은 최고 등급인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유치원과 학교를 휴교하도록 조치했으며, 시민들에게는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중국 정부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석탄 소비량을 제한하는 등 대기오염 줄이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 베이징의 스모그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는 대부분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에 빈번하게 발생한다.


난방용 석탄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증가하고 비가 적게 내려 대기로부터 오염물질을 씻어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풍향 등 바람의 조건도 영향을 미친다. 보통 겨울에 베이징 상공에 부는 차고 건조한 바람은 동아시아 겨울 몬순의 영향을 받는다. 이 바람(아래 왼쪽 그림)은 베이징으로부터 오염물질을 도시 바깥으로 밀어내는 구실을 한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아래 오른쪽 그림’처럼 스모그가 극심한 시기에는 이 바람이 약화되거나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대기 하층부가 지표면보다 더워지면서 오염물질의 확산을 가로막는 ‘대기 안정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대기 조건은 지표면 부근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를 급격하게 증가시킨다.


다시 말해, 스모그의 잦은 출현은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증가한 오염물질 배출량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바람 조건의 변화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1982에서 2015년까지 베이징의 스모그 발생 빈도는 연평균 50.2일, 1948년에서 1981년까지는 연평균 45.5일로 집계됐다. 근 30년 동안의 스모그가 이전보다 10%가량 증가했다고 나왔다.


김 연구원은 ‘극심한 스모그’에 대해 PM2.5 농도가 150㎍/㎥를 초과하는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의하면 2013년 1월과 2015년 12월의 베이징 스모그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아래 그림)였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1월 PM2.5의 월평균 농도는 130㎍/㎥를 웃돌았으며 하루 최고농도는 500㎍/㎥를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영국 소재 연구기관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기후변화가 가속하면서 21세기 후반에 ‘극심한 스모그’ 발생빈도는 50% 이상 증가하고 지속기간은 8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의 스모그, 다시 말해서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기후변화와의 연계 속에서 마련돼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며 “지역 차원에서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글로벌 한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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