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승회 기자 = 오는 2013년 6월21일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롯폰기에 위치한 아뮤즈 뮤지컬 씨어터에는 한국의 창작 뮤지컬이 막을 올린다.

 

cj이재현회장
▲CJ 이재현 회장.
신라시대 남자 기생 ‘열’과 ‘사담’의 운명적인 인연을 다룬 뮤지컬 <풍월주>로, 한류 스타가 아닌 꽃미남 뮤지컬 전문 배우들로 구성된 이 한국 뮤지컬에 벌써부터 일본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에 한국의 창작 뮤지컬이 K-POP과 한국의 드라마, 영화에 이어 또 한번 일본 관객들을 K-Culture 열풍으로 이끌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당당하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며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는 창작 뮤지컬 <풍월주>의 탄생에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와 문화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문화 인큐베이터’의 도움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문화인재를 키우는데 앞장서고 있는 CJ문화재단이 그 주인공으로, <풍월주>는 CJ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연극과 뮤지컬 신인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를 통해 탄생했다.

 

<풍월주> 외에 국내 최초로 오케스트라 없이 배우가 직접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을 받은 <모비딕> 역시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의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로, 창작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 뮤지컬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호평을 받았다.

 

새롭고 다양한 대중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2006년 설립된 CJ문화재단은 이렇듯 잠재력 있는 젊은 문화인재를 발굴, 그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분야별 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지원방식으로, 단순하게 ‘보여주기식’ 지원이 아닌, 실질적으로 그들이 제도권에 올라설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CJ그룹이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각별히 공을 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문화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이재현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이 사실. 때문에 젊은 문화예술인들은 최근 검찰의 대대적인 CJ조사로 그 동안 CJ가 펼쳤던 각종 문화 지원사업이 중단될까 크게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문화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기업은 많아도 문화 콘텐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인재육성 및 지원사업을 펼치는 것은 CJ그룹 외에 드물어 더욱 우려의 목소리는 깊어지고 있다.

 

치열한 경영권 다툼 이후 독립경영 나선 CJ, 새로운 성장 동력은 ‘문화 콘텐츠’

 

CJ그룹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5년 할리우드 스튜디오 드림웍스에 투자자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아버지의 부재에도 삼성家의 장손으로서 할아버지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곁을 지켰던 이재현 회장은, 1993년 삼성그룹이 제일제당 분리를 결정한 이후 법적으로 완벽하게 독립한 1997년 3월까지 가시밭길 같은 과정을 거쳤다.

 

장자상속이 자연스럽던 그 시절 선대회장의 사후, 삼촌 이건희 회장의 그룹 총수 취임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며, 삼성그룹과 수년간의 경영권 다툼을 거쳐 마침내 1995년 본격적인 독립 경영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신규 사업을 구상 중이던 이재현 회장은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그 가능성을 찾았다. 식품 사업을 통해 소비자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면, 이제는 세계인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며 라이프 스타일을 리드하는 문화 콘텐츠 사업으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드림웍스 투자를 시작으로 제일제당 내 멀티미디어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영화 사업을 시작한 CJ는, 이후 방송, 음악, 공연, 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대표적인 문화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사업에 20년 가까이 한결 같은 믿음으로 과감하게 투자해왔기에 가능했으며, 옳다고 여기는 사업을 밀고 나가는 이재현 회장의 추진력과 뚝심의 결과이기도 하다.

 

경영학계의 많은 학자들 역시 “이재현 회장이 이룬 가장 큰 업적은 그룹의 외적 성장뿐 아니라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식품회사로만 인식되던 제일제당(CJ)을 단기간에 ‘문화를 이끄는 생활 문화 기업’으로 변신시킨 것”이라고 말한다.

 

이재현 회장은 정신적 지주인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를 경영의 좌표로 삼고 있다. CJ문화재단을 통해 문화 콘텐츠 사업에 대한 지원을 활발하게 전개하며, 그 중심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프로그램들을 향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재현 회장의 사람을 중시하는 ‘인재제일’의 경영철학과 연결된다.

 

단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한국 문화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문화산업 발전의 토양이 된다고 판단, 소위 제도권에 속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창조경제의 원동력은 ‘사람’,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 바탕으로 체계적 지원

 

평소 CJ 이재현 회장은 “이미 콘텐츠 산업은 세계적으로 자동차나 반도체보다 큰 규모이고, 우리가 세계 최고가 돼 국가의 새로운 기간 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CJ문화재단은 음악, 공연,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분야의 인재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역시 전폭적으로 돕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CJ튠업,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프로젝트 S, CJ애니메이션 지원사업 등을 꼽는다.

 

<풍월주>와 <모비딕>을 탄생시킨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는, 연극과 뮤지컬 부문 신인 창작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젊은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실제 무대에 올릴 수 있게끔 작품 개발과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아직 미숙한 신인들에게 전문가들의 컨설팅과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연습실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배우 캐스팅에도 도움을 주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또 무대 세트나 의상을 최소화한 리딩(reading, 대본과 악보 읽기) 공연을 실제 무대에 올려, 전문가와 일반 관객들에게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한층 높은 완성도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지원하고 있다.

 

젊은 대중 음악인을 지원하는 ‘CJ튠업’은 온/오프라인 심사를 거쳐 선정된 신인들에게 선배 음악인들과의 공동작업 및 공연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음반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1년 동안 지원한다.

 

2010년 시작해 현재 12기를 선발 운영 중이며, 민요와 판소리를 뿌리로 새로운 국악가요를 선보이는 그룹 ‘고래야’, 싱어송라이터 ‘송용창’, 록밴드 ‘24아워즈(24Hours)’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인들이 지원을 받았다.

 

음악시장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실력을 갖춘 음악인을 소개하는 가교 역할을, 신인 음악인들에게는 대형 기획사 중심의 스타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도 주류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영화계의 등용문을 표방한 '프로젝트 S'는 신인 영화인들이 기획한 아이템을 발굴,질 높은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시나리오가 아닌 기획안(트리트먼트) 단계에서 대상작을 선정해 전문가 컨설팅,역량 강화 특강,취재비 지원 등을 거쳐 양질의 시나리오로 완성하는 전 과정을 지원한다.

 

시나리오나 파일럿이 완성되면 국내 메이저 투자 배급사를 통해 투자 및 제작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며, 해외 영화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번역 지원 등 다양한 후속 지원까지 이어진다.

 

그야말로 기획 개발 성장 지원과 후속 지원까지 총망라 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영상 인재 성장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2년 12월 개봉해 화제를 낳았던 <나의 P.S 파트너>와 2013년 개봉한 <마이 리틀 히어로>가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이 외에도 스토리텔링의 근간이 되는 그림책 콘텐츠를 원 소스 멀티 유즈에 적합한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하는 'CJ 애니메이션지원사업'도 있다. 아울러 대중예술 분야 인재들이 끼를 발산하고 기량을 겨룰 수 있는 공연장인 'CJ아지트'를 운영, CJ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신인 아티스트들이 일반 관객들에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CJ문화재단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은 젊은 문화 인재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나누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참여,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CJ튠업의 신인 뮤지션들과 선배 뮤지션들이 함께 전국 곳곳을 찾아 훈훈한 음악 나눔 행사를 펼치는 ‘튠업 우르르 음악여행’이 대표적이다.

 

재래시장 소상인을 비롯해 교도소 수감자, 다문화 청소년 등 각계 소외된 계층을 직접 찾아, 콘서트를 열거나 멘토가 되어 음악지도를 해주는 프로젝트다.

 

지난 2011년 시작한 ‘튠업 우르르 음악여행’은 신인 뮤지션들에게 음악을 매개로 소외된 이웃들과 소통함으로써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참여하는 신인 뮤지션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위기의 CJ, 문화 인재 육성 올스톱? 우려의 목소리 높아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CJ그룹의 검찰조사로 인해 한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의 성장이 타격을 입을까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K-POP을 비롯해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등의 문화 콘텐츠들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지금 시기에 CJ그룹의 투자가 위축되면 한국 문화산업 자체에 큰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특히 CJ문화재단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거나, 지원 신청을 준비하던 젊은 문화인들은 혹시나 CJ그룹이 그 규모를 축소하거나 중단하지는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생계 전선으로 다시 나가 아르바이트와 작품 활동을 병행해야 할지, 작품을 만들어도 오를 무대가 없지는 않을지,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으로 자칫 금새 사장되지는 않을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한다.

 

CJ그룹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는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만큼, 앞으로 상황의 변화에 따라 투자의 규모나 전략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CJ문화재단을 비롯한 각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은 신인 창작자들의 콘텐츠가 이제 막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터라, 내부에서도 시기적으로 매우 안타깝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ks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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