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우리나라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정부 공식통계를 통해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원전을 10기 이상 운영하고 있는 11개 국가 가운데 원전의 면적당 발전용량으로 평가한 원전 밀집도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9만9720㎢의 국토면적에 8만721MW 발전용량의 원전을 현재 가동하고 있다. 원전을 10기 이상 보유한 미국, 프랑스, 일본 등과 비교한 결과 원전 밀집도가 0.2077을 기록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원전 100기를 운영해 원전이 가장 많은 국가인 미국은 원전 밀집도가 0.01로, 한국의 1/10에 불과하다. 원전밀집도가 두 번째로 높은 나라인 일본의 원전 밀집도는 0.1121로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원전밀집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러시아와 캐나다로, 0.0013이었으며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원전밀집도가 160배 높았다.

원전을 1기라도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스위스에 이어 원전밀집도 2위다. 스위스가 운영하고 있는 원전은 5기(발전용량 3308MW)에 불과하지만 국토면적이 우리나라 국토의 1/23에 불과한 4277㎢에 그쳐서 원전밀집도 1위를 차지했다. 스위스의 원전 밀집도는 0.7734로 한국의 3.7배 수준이다.

 

<자료출처=IAEA PRIS(Power Reactor Information System), 장하나의원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은 안전비용의 상승 등으로 인해 발전단가가 높아지면서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한국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차 에너지계획에서 기존 계획 중인 원전 11기 외에도 추가로 100만kW 용량의 원전 7기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5년에는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원전밀집도 1위 국가가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3월 ‘원자력발전비용의 쟁점과 과제’ 사업평가현안분석 보고서를 펴내면서 “원자력 발전소에서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1개의 원자로 뿐 아니라 연속한 인근 원자로가 영향을 받아 사고영향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면적에 비해 많은 수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데다 단 4개의 부지에 23기 원전이 밀집돼 있다. 반경 30㎞에 320만명의 국민이 거주하고 있는 고리원전단지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6기의 원전부지에 2배나 많은 원전을 운영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하나 의원은 “고리와 월성 원전단지에 중첩돼 영향권 범위에 있는 인구수만 77만2433명이고 고리, 월성, 영광, 울진 원전단지의 영향권 범위에 있는 인구수만 420만명에 이른다”면서 “올해 말 수립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노후 원전 폐쇄 등을 통해 원전단지 규모를 축소해 원전을 잠정적으로 폐쇄하는 방향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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