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 이라크 정부군의 팔루자(Fallujah) 탄환으로 봉쇄지역 주민들의 탈출구가 열리면서 올여름 수만 명에 달하는 주민 대(大)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6월 한달 동안에만 8만4000여명의 주민이 팔루자를 탈출한 것으로 파악되며 7만명 가량이 추가로 지역을 빠져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군사 공세가 발생할 경우 북부 모술(Mosul)과 주변 지역에서만 30만명의 아동이 탈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내 실향민은 350만명이며 시리아 난민도 25만명이 머물고 있어 추가 탈출 주민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탈출 주민들을 수용할 시설이나 기본적인 구호 물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우리치오 크리벨라로 세이브더칠드런 이라크 사무소장은 “팔루자의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탈출 주민들이 모인 임시 캠프에는 벌써 사람이 넘쳐나 폭염 속에 아동 수천명이 끼어 지내고 있다. 대규모 주민 탈출이 일어나면 이곳 상황은 재앙에 가까워진다”고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이라크 안바(Anbar) 지역 조사팀은 “탈출 난민 가운데 절반이 아동”이라며 “난민들은 40℃를 넘나드는 날씨 속에 통풍조차 되지 않는 임시 난민 캠프에서 지내거나 노숙을 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쟁지역에서 탈출한 주민들이 북부 모술에서 40km 떨어진 에르빌(Erbil) 외곽에 마련된

카자르(Khazar) 검문소로 향하고 있다. ⓒHedinn Halldorsson / Save the Children



임시 캠프의 열악한 위생 상태와 더불어 지난 2년여 간의 봉쇄 상태로 인해 영양과 면역 상태가 나빠진 주민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퍼질 가능성도 높다. 수개월간 식량 부족 상태에 놓였던 주민들은 극심한 영양실조를 호소하고 있다.

굶주림과 질병에 고통 받는 아이들

 

UN의 이라크 지원 기금이 목표액의 33%에 불과해 구호단체들은 식량과 식수 등 기본적인 물품 지원에도 애를 먹고 있다. UN은 팔루자 긴급구호를 위해 향후 6500만달러(약 750억원)의 기금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탈출 주민 중에서도 특히 북부 모술 지역에서 탈출한 주민 82%는 기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한 상황이다. 이 지역의 아동 조혼 상황은 주변 지역의 2배,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할 가능성은 주변 지역보다 3배 높으며 주민들이 아예 이라크를 떠날 가능성은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모술과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구에서 도망쳐 온 아동과 주민을 보호하고 있다. 모술에서 도망쳤다는 한 형제는 “아버지와 함께 맨발로 도시를 뛰쳐나왔다”며 “만삭인 어머니는 뛸 수 없어 남겨두고 왔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제발 떠나라고 애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성은 아이들과 함께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가며 탈출했다고 말했다.

크리벨라로 소장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대로라면 겨우 봉쇄 지역에서 탈출한 아동이 안전한 지역에서조차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라크 북부, 서부, 중부 지역은 물론 쿠르드 자치 지역에서도 주민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식량과 식량 교환 쿠폰, 위생용품과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는 한편 아동이 안전하게 머물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임시학습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UN과 NGO의 도움에도 불구 이 지역 난민들의 삶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 지원이 절실하다.

press@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