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 복원된 숭례문 상량문 등을 쓴 원로 서예가 소헌 정도준 작가(69)에 대한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를 해명하기 위한 자리가 21일 마련됐다. 정도준 작가는 표절 의혹에 대해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서예박물관은 지난달부터 이달 11일까지 ‘필획과 구조’라는 제목으로 정도준 작가의 개인전을 열어 70여 점을 전시했으며 이 가운데 신작 ‘태초로부터’와 대표작 ‘천지인’이 표절 의혹을 받았다

천지인 시리즈에 대해 정도준 작가는 “시기적으로 장세현 작가의 작품이 2005년에 발표된 데 비해, 정도준 작가의 ‘천지인’ 시리즈가 2003년부터 14년간 지속적으로 작업을 해왔고 수십회의 국내외 전시를 통해 발표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2013년 정도준 作 ‘천지인’(왼쪽)과 2005 장세훈 作 ‘천지인’



정도준 작가는 “2003년부터 작업해왔던 것을 2004년 독일 슈트트가르트 린덴박물관에서 발표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도록이 있다”며 오히려 시기적으로 장세훈 작가의 표절 가능성을 의심했다.

아울러 올해 발표한 ‘태초로부터’ 시리즈가 김정환 작가의 ‘묵음’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20여년 전부터 자음을 통해 조형의 다양한 변화 과정 중에 나온 구체적 형태를 이용한 작품으로 자음과 모음 같은 문자 기호에서 출발해 이미지와 텍스트가 하나로 표현된 작품인데 반해, 김정환 작가의 작품은 구체적 형태가 없는 추상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출발점이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작품의 배경이 1994년과 1995년에 직접 디자인한 국정 서예교과서 표지 디자인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2016 김정환 作 ‘묵음’(왼쪽)과 2017 정도준 作 ‘태초로부터’



정도준 작가는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응하지 않으려 했으나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도준 개인전을 기획·전시했던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도 해명에 나섰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국 큐레이터는 “세상이 뒤집어졌는데도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표절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이 불참한 것은 무책임하다”며 “정도준과 김정환은 맥락과 출발점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표절이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정도준 작가와 전시 담당 큐레이터를 비롯해 표절 의혹을 제기한 김정환 작가, 장세훈 작가, 박영택 평론가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불참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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