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실계류 암반수로.
▲백사실계류 암반수로

[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직은 옛 정취를 물씬 품고 있는 동네, 종로구 부암동. 조용하고 고즈넉한 언덕을 오르다보면 도심 속에 있다고는 믿기 힘든 작고 깨끗한 계곡을 만나게 된다. 북악산에 위치한 백사실 계곡이다.

 

이 도심 속 계곡이 청정습지 생태계 못지않은 수질과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서울시의 조사 결과 확인됐다.

 

계곡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백사실 계곡의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습지생태계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생물인 도롱뇽, 무당개구리, 버들치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인 ‘꺽지’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백사실 계곡의 토지 이용·보호, 주변 문화재 관리 등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는 작년에 이뤄진 적이 있지만 계곡의 생태계만을 대대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사실계곡은 서울시가 2009년 ‘생태·경관보전지

계곡산계구리 알(2013.
▲계곡산계구리 알

역’으로 지정한 실개천으로, 북악산 등산과 서울성곽 방문을 위해 부암동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시에서는 지난 9월 종로구 부암동 어르신 10명으로 구성된 ‘백사실 계곡 생태지킴이’를 운영하는 등 우수 생태계복원 관리사업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또한 백사실 계곡은 북악산에서 발원해 홍제천으로 흘러가는 지류다. 계곡 내 별서 유적지인 ‘부암동 백석동천(白石洞天)’은 보전이 잘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자연 경관도 우수해 지난 2005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36호로 지정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백사실 계곡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시 보호종 생물은 도롱뇽, 무당개구리, 북방산개구리 등 3종이다.

 

특히 작년 전체 조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북방산개구리 1종과 파충류인 아무르장지뱀 1종도 추가로 발견돼 계곡에 사는 생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청신호로 보인다.

 

백사실 가재.
▲백사실 가재

도롱뇽 성체 3월 수중채집.
▲도롱뇽 성체

도롱뇽 알3월.
▲도롱뇽 알

이번 조사에선 계곡 바닥에 서식하는 저서동물도 처음으로 조사했는데 날도래 등 총 46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런 저서동물을 먹고사는 도롱뇽, 계곡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같은 양서류와 양서류의 알 덩어리(난괴)들도 많이 발견돼 백사실 계곡의 먹이사슬이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분석했다.

 

북방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무당개구리 6월.
▲무당개구리

한편 백사실 계곡의 수질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모두 1등급 수준(좋음, BOD 2mg/L 이하), 주택과 경작지가 있는 부암동 능금마을 주변은 2등급 수준(약간 좋음, BOD 3mg/L 이하)으로 나타났다.

 

하천 수질은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기준으로 1~7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좋음)은 용존산소가 풍부하고 오염물질이 거의 없는 청정상태고 2등급(약간 좋음)은 용존산소가 많은 상태의 다소 좋은 생태계다.

 

꺽지6월.
▲한국에서만 자라는 특산종 꺽지
능금마을 주변은 더 깨끗한 물 환경과 1등급 물에서 사는 도롱뇽 서식지 보전을 위해 수질 및 생태계 관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능금마을에 경작용으로 조성됐던 직경 80cm 규모의 소형 우물을 조사한 결과 도롱뇽 유생, 무당개구리, 올챙이 등 5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어 우물을 소형 연못으로 조성하고 생태 통로를 만들면 생태계 보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경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수환경생태팀장은 “서울 도심 주변 계곡에서 이처럼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시와 주민들이 기울인 자발적 노력의 결실”이라며 “수심 2∼20cm의 실개천이니만큼 수질오염 예방이나 도롱뇽, 산개구리 등 소중한 생물들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고 시에서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생태계 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자료제공=서울시>

 

백사실계류 수로.
▲백사실계류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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