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환경일보] 하기호 기자 = 영국의 두 거장이 영화의전당을 찾아온다. 11월 7일부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영국영화의 심장: 마이크 리 & 테렌스 데이비스’ 기획전에서는 현재 영국 영화의 중심에 선 두 감독의 대표작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1950년대 ‘프리 시네마’ 영화 운동을 통해 자유롭고 의식 있는 영화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던 영국은 긴 암흑기를 거쳐 1980년대에 이르러 영국 영화의 회생을 다시 한 번 이루어낼 수 있었다. 이 때 탄생했던 다양한 개성의 감독들 중 대표적 인물들이 바로 ‘마이크 리’와 ‘테렌스 데이비스’다. 

삶의 내면을 바라보는 세심한 시선, 마이크 리 Mike Leigh (1943.2.20.~ )
마이크 리는 흔히 현대 영국의 또 다른 거장 켄 로치와 함께 사회파 감독으로 언급되지만, 켄 로치와는 달리 영국의 계급적 차별과 소수자의 곤경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도 인간의 내면적 풍경에까지 시야를 확장하며 영국적 리얼리즘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거장이다.

특히 배우를 다루는 솜씨가 훌륭한 것으로 유명한데, 완성된 각본 없이 최소한의 설정 속에서 배우들과 협업하는 마이크 리 특유의 즉흥 연출 방식은 잔혹하고 진실한 감정을 이끌어 낸다.


견고한 영상미학의 성취, 테렌스 데이비스 Terence Davies (1945.11.10~ )
현대 영국영화계에서 가장 서정적인 감독으로 꼽히는 테렌스 데이비스는, 감독 데뷔 후 현재까지 20여 년 간 단 8편의 영화를 연출했을 만큼 작품마다 긴 시간 공을 들이는 시네아스트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영화 속 대사를 최대한 자제한 채 음악과 영상을 통한 시적인 은유로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며, 자전적 영화, 극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화 화법을 활용해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뚜렷이 드러내는 영상 시인으로 영국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주도해 왔다.

이 두 명장들의 대표작들을 대거 만나게 될 이번 ‘영국영화의 심장: 마이크 리 & 테렌스 데이비스’ 기획전에서는 △영국 노동자 계층의 삶을 거칠고 황량하게 표현한 <네이키드>(1993) △여성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투영된 걸작 <베라 드레이크>(2004) △계절의 흐름을 따라 인생의 희로애락을 감동적으로 그려 낸 <세상의 모든 계절>(2010) 등 마이크 리의 연출작 8편이 선보인다.

또한,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자란 감독 자신의 유년 시절을 바탕으로 한 <테렌스 데이비스 3부작>(1983), <먼 목소리, 조용한 삶>(1988) △고향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시 <리버풀의 추억>(2008) 등 테렌스 데이비스의 연출작 5편까지 포함, 총 13편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현재까지도 두 감독 모두 연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노장의 힘을 과시하고 있으며, 그들의 대표작들은 여전히 전 세계 수많은 영화학자들과 시네필들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영화의전당 관계자는 “짧고 아쉬운 2014년의 가을을 지나는 동안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영국 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획전은 11월 21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일반 6,000원, 유료회원과 청소년 및 경로는 4,000원(월요일은 상영 없음). 박인호 평론가의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시간도 마련돼 있다. 상세 일정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www.dureraum.org)를 참조하거나 전화(☎051-780-6080)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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