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환경일보] 강위채 기자 =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 엄천강변 운서마을에 귀농한 유진국(58)·육현경(52) 부부가 12년간의 귀농일기를 모아 ‘반달곰도 웃긴 지리산 농부의 귀촌이야기’(도서출판 맑은샘·1만3000원)를 펴내 화제다.

함양군 휴천면에 도시내기인 이들 부부는 지리산 등반을 인연으로 만나 서울서 10여년을 살다가 지난 2002년 당시 초등생이던 두 아들과 20여가구가 오순도순 살고 있는 휴천면 운서마을 엄천골로 귀농하고 10여년간 귀농일기를 써왔다.

꾸준히 써온 귀촌일기를 SNS에 올린 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책을 출판했다는 유씨는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던 사람이 ‘귀농’이라는 말쓰기가 겸연쩍어 책 제목을 ‘귀촌’ 일기라고 썼다고 했다.

하지만, 농촌에서 농사 외 다른 일하며 여유있게 전원생활을 즐기는(귀촌)게 아니라 도시에서 살다가 농사를 지으며 시골에 정착했으니 엄밀한 의미에서 ‘귀농일기’가 맞는 셈이다.

실제로 유씨 부부는 마음가는대로 무작정 귀농해 10여년간 노력한 끝에 화학비료 안 쓰고 농사짓기를 시작해 10여년의 세월을 거쳐 전·답등 6필지 8184㎡의 농지를 관리하며 곶감,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다.

책은 ‘시작하는 이야기’ ‘시골사니 뭐가 제일 좋으냐고?’ ‘흐르는 강물은 막지 말고 당신 똥구멍이나 막으시오’ 등 3개의 챕터로 나눠 374페이지에 걸쳐 10여년의 전원일기를 시골의 한가로움과 정겨운 풍경이 느껴지는 문체로 귀농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귀농 희망자를 위한 정보 제공
친구에게 들려주듯 하는 일기를 읽다보면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주의할 점, 가족·건강 등 귀농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심지어 계절별로 자연 속에서 채취한 산나물로 요리하는 방법까지 덤으로 알게 된다.

귀농당시 곱지 않던 마을주민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 일화, 기계 도움없이 농사지으려 노력하다 벌레 잔뜩 먹은 옥수수를 수확한 일, 쑥쑥 잘만 자랄 것 같던 오이 박 등 작물이 초보농사꾼을 알아보듯 한없이 더디게만 자라 마음을 초조하게 하던 사연, ‘밥만 먹는 게 아니라 술도 먹을 수 있다’던 동네 어르신말 듣고 덜컥 시작한 곶감농사, 첫꿀 수확의 기쁨, 마을에 반달곰이 내려와서 생긴 에피소드 등 매우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부부는 그렇게 노력을 기울인 끝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봄에는 이웃과 산과 들에 다니고 여름에는 민박 치며 가을·겨울에는 곶감을 만드는 어엿한 ‘함양 농부’가 됐다. 더불어 동네 산악회 살림하고, 함양의 대표작목인 곶감이 널리 팔리도록 곶감작목반 총무 생활로 눈코뜰 새 없다.

한편 유씨는 “돌아보면 맨땅에 헤딩하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귀농했기에 메말랐던 내 인생의 절반을 초록으로 채색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책이 농업에 관심 있는 많은 도시민을 귀농으로 이끌고 도농이 상생하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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