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일보] 김태홍 기자 =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가 행정예고한 조사업무처리 규정안이 도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조사 청구를 지나치게 제약해 공익신고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경실련은 행정예고(6월 17일~7월 7일) 중인 제주도감사위원회 조사업무처리 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7일 감사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자치감사대상 범위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한 조사 청구 및 사건 처리 기준과 절차, 직무감찰 등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규정안에 따르면 도민이나 비영리민간단체 등은 감사위원회의 감사대상기관이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했거나 공무원이 복무규정 등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조사(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제주경실련은 문제는 과도한 조사청구 요건이다. 이 규정안 제13조(조사청구 요건 및 방법) 2항에는 조사를 청구할 때는 위법·부당한 사실에 대해 입증이 될 만한 증거자료 등을 덧붙여 제출해야 한다고 의무화하고 있다.

제주경실련은 입증자료 제출을 임의 규정이 아닌 강제 규정으로 두고 있는 것이라며 도민과 비영리민간단체에게 입증자료 제출을 의무화한 것은 조사권 및 수사권이 없는 민간에게 입증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곧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에 앞장서야 할 감사위원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입증자료 제출을 의무화할 경우 도민이나 시민사회단체가 공공기관의 부패행위 및 위법·부당한 행위를 발견하더라도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조사 청구를 할 수 없는 등 청구권을 지나치게 제약해 공익신고 자체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는 주장이다.

국내 사례를 살펴봐도 공직사회 부패행위 신고와 관련해 그 어떤 법령이나 규칙에도 신고자(청구자)에게 입증자료 제출을 의무화한 규정은 없다.

감사원의 경우 국민이나 비영리민간단체가 공공기관의 부패행위 등에 대해 감사를 청구할 때는 ‘국민감사청구 및 부패행위신고 등 처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관련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의 사례처럼 설령 입증자료가 없더라도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한 조사청구서와 진술의 일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상당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거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조사(감사)를 개시하는 게 타당하다고 제주경실련은 밝혔다.

제주경실련은 "제13조 2항에 명시된 ‘입증이 될만한 증거자료 등을 덧붙여 제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제출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변경해야 한다"면서 "또한 규정안 제16조(반려 및 반려사유의 통지) 제7호 조항 역시 도민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언론매체에서 보도한 공공기관의 부패행위 및 위법·부당한 의혹에 대해 조사를 청구할 경우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반려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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