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가물어 목이 타고 있다. 농업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용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열흘 넘는 장마기간을 지나면서도 실제 비가 온 날은 나흘도 안 됐고, 강수량도 34.7㎜에 그쳤다. 과거 20년간 평균 장맛비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양이다. 곧 장마전선이 서울 등 중부지방까지 다시 올라온다지만, 이번에도 비의 양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300㎜ 정도로 비교적 풍부한 편이지만 강수량의 70%가 여름철에 집중된다. 특별한 물그릇을 준비하지 않으면 일시에 대지를 휩쓸고 바다로 빠져나가 피해만 안길뿐 수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또한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인 특성 때문에 빗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세계 수자원개발보고서가 우리나라의 물 확보 순위를 세계 180개 국가 중 146위에 올려놓은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물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첨단과학기술 운운하지만 비가 조금만 안와도 당장 어려움에 빠지면서도 여전히 물을 가볍게 여긴다. 상·하수도 요금은 너무 낮아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며, 정수장과 관거 등 설비 노후화를 반영한 감가상각비 반영은 비현실적이다. 물 공급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게 된다면 가정에서의 불편 수준을 넘어 농업과 산업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치명적인 피해가 초래될 수 있지만, 대비는 늘 뒷전이다.

물의 가치와 가격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물을 인프라로 인식하고 경제를 위해 낮은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어 요금 현실화가 어렵다. 에너지, 식량, 노동력 등 주요 생산요소를 낮은 가격에 묶고 수출경쟁력으로 삼아 온 사고방식이 여전하다. 지금까지 효율적인 물 관리와 물의 한계가치 등 정보 없이 물을 사용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될 때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물의 지속가능한 사용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다.

사회 변화, 기술 변화를 고려해 수자원 확보와 사용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물 관리 전체를 중앙정부가 떠맡을 것이 아니라 통합적 분산관리와 재이용 확대가 해답이 될 수 있다. 빗물을 저장하기 위한 투수면적과 녹지공간 확보, 수자원 절약 등이 상·하수도관을 늘리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다. 지난 수십 년 간 많은 학자들이 주장했던 바다. 또한, 물발자국(water footprint) 같은 정량화 방법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전과정(Life cycle)에서 얼마나 많은 물이 사용되는 지 파악하면 제한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수자원에 대한 신뢰할만한 정보가 제공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투자와 관리가 지속돼야 한다. 수자원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공급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가능한 물 환경 서비스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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