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위치한 산대저수지가 붕괴됐다. 농경지 약 1.5㏊가 매몰되고 주택, 상가, 차량 등이 침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장기 누수에 따른 토사 유출현상 심화가 붕괴원인으로 지적됐지만, 근본 원인은 저수지의 노후화와 관리 부실이었다. 1964년 축조된 산대저수지는 올해 내구연한이 끝나는 노후 저수지라 철저한 점검과 관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분기별로 별다른 장비 없이 육안으로만 점검하는 정도에 그쳤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정밀안전 진단대상으로 지정됐지만 한국농어촌공사는 시설정비계획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현재 농업용 저수지가 전국 1만7500여개에 달하고 농어촌공사가 3372개, 시‧군이 1만4105개를 각각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는 사고가 발생한 산대저수지와 비슷한 상황이다.

저수지는 일반적으로 내구연한 50년으로 축조되는데, 전국 저수지 가운데 50년이 지난 곳이 1만2148개에 달한다. 30~50년 미만인 곳도 4500여개로 30년 이상 경과된 저수지가 전체의 95%를 웃돌고 있다. 농식품부가 산대저수지 붕괴 후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1183개 저수지를 긴급 진단한 결과 ‘문제 없는 최상 상태’인 우수등급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일부 보수가 필요한 상태인 양호등급을 차지한 곳도 점검 저수지의 1.5%에 불과한 반면,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하고, 사용제한을 고려해야 할 상태’인 미흡등급을 받은 곳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농식품부가 산대저수지 붕괴를 계기로 지난해 6월 저수지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당해 7월 전북 조산저수지에서 방수로 외벽 붕괴로 주민 20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올해 들어 경남 요고저수지, 경북 구천저수지 등에서도 둑 붕괴, 누수 등과 같은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최근 기후변화 현상으로 저수지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집중강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붕괴‧누수 위험에 따른 불안은 커 질 수밖에 없다.

저수지 개‧보수 사업은 신속히 선행돼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저수지의 노후화 상태로 볼 때 예산 문제를 핑계로 더 이상 개보수를 미룰 일은 아니다. 철저한 예방‧점검 조치도 필요하다. 형식적인 조치가 결국 예기치 못한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최근의 대형 사고들이 경고하고 있다.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철저한 유지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실제 상황과 같은 훈련을 반복해 위기상황에 신속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훈련을 통해 발견된 문제점은 다시 매뉴얼에 반영시키는 작업도 이뤄져야 하겠다.

예산,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현행 농어촌공사와 시‧군으로 이원화된 저수지 관리 체계를 농어촌공사로 일원화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현행대로 시군 관리체계를 유지할 경우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 미룰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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