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의료계의 환경경영 실천을 다짐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행사에서 참여병원장들은 자발적 환경경영을 위해 병원의 환경경영 체계구축, 친환경 제품 구매, 환경복지 체감 의료서비스 발굴, 친환경 의료공간 조성, 효율적인 온실가스·에너지·용수 관리, 환경오염물질 낮추기 등 환경경영 실천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환경부는 환경을 배려한 의료는 환자의 치료 효과와 만족도를 높이고 각종 운영비용 절감을 통해 병원경영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고, 지역사회에 환경보건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의료 분야는 2012년 기준으로 진료 실인원은 4,748만 명, 진료비는 53조 원 규모의 거대 산업군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상업건물 평균 에너지 사용량의 2배 이상을 사용하는 에너지 다소비 분야인 데다 감염성 폐기물 등 환경오염물질의 주요 배출처이기도 하다. 병원은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환경적으로도 중요한 분야라는 의미다. 10여개 병원들은 자발적 환경경영 확산 업무협약을 의료계 최초로 체결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 병원은 1,965Mwh의 전기를 절약해 온실가스 921톤을 감축효과를 얻었고, 액화석유가스 보일러 효율관리로 온실가스 1,103톤을 감축해 총 6억 5,000만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교체, 무수은 혈압계 교체, 성수기 여름철 전력 제어 등 사례도 있다.

환경경영, 자발적 협약 다 좋다. 그런데 병원이 유념 할 것은 병원의 첫 번째 목적은 의료이지만, 더불어 의료행위에 철저한 환경관리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의료행위와 관련된 전과정에서 환경성을 검토하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일일이 건별로 대처하는 것은 어렵고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병원경영의 최 일선에서 환경을 고려하겠다는 것이 환경경영이다. 그러기 위해 최고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와 조직구성, 지속적인 교육 훈련과 투자가 필수다. 이런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비용을 쓰겠다고 나섰다면 협약에 서명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반면 보여주기 식으로 병원 이름에 녹색을 칠해 홍보용으로 사용하겠다면 곤란하다. 전기절약, 신재생에너지 사용 등 ‘남는 장사’ 하고 생색내선 안된다.

생돈 들여 환경적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 진정한 환경경영의 실천이다. 병원의 저가입찰로 인해 의료폐기물이 전국을 떠돌고, 혈액을 폐수로 처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폐기물 적법처리에 대해 병원은 물론이고 처리대행 업체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전과정관리가 따라야 한다. 협약 이후 실천이 중요하다. 과거 정유사들이 자발적 협약을 했지만, 실제는 기름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업종과 상관없는 사회사업을 명분으로 오염정화비용의 백분의 일도 안되는 돈을 쓰며 생색내기 바빴던 선례를 기억해야 한다. 진정성 없는 협약이라면 지금 취소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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