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만 3천4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에서도 첫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만큼 앞으로 감염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감염국가들 사이의 잦은 왕래를 감안하면 추가 감염자 발생은 불가피해 보인다. 서유럽은 에볼라와 같은 바이러스 출혈열 대응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확산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했지만, 스페인에서는 에볼라 환자 치료 여성 간호사의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현재 미국 내 에볼라 환자는 1명뿐이지만, 발병 의심 신고는 100여 건이 접수됐다. 미국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텍사스 주에 거주하는 남자 1명뿐이라고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증상만 나와도 에볼라 발병을 의심하며 사회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미국 업체들은 의약품도 아닌 식품을 에볼라 예방과 치료제로 허위 광고하는 사례도 나타나면서 미 식품의약국(FDA)이 단속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는 여성 간호사 등 치료받던 에볼라 환자들이 모두 완치 상태로 퇴원하면서 차분한 분위기로 대응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사망자 수가 크게 늘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기니,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생긴 에볼라 환자는 7천491명이었다. 세네갈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3천439명이었다.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가운데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각 국가별로, 국경없는 의사회 등 여러 구호단체별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700개 병상 규모의 치료 시설 건립을 약속한 영국은 100명 안팎의 병력을 시에라리온에 파견할 계획이며, 미국 군 일부 병력은 아프리카에 도착했다. 유럽연합은 각종 약품과 보호장비 등 100톤 가량의 구호물자를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유엔은 4천900만 달러 규모의 에볼라 퇴치자금 지원 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프리카 일선 병원에서는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서둘러 보충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면서 각 국 정부나 국제기구들이 에볼라 발병에 제 때 대처치 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76년 에볼라를 처음 발견한 의료진이 경고한 것처럼 에볼라는 더 이상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인류 전체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가 에볼라 퇴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강 건너 불구경 수준으로 있다. 언제든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에볼라 사태’에 국가가 사전에 철저한 대응시스템을 마련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원 역할도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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