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연’ 혹은 ‘유기농’이란 이름표가 붙은 식품, 화장품, 의류 등이 인기다. 동네슈퍼, 편의점, 마트에서 백화점까지 천연‧유기농 제품을 취급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 애초 틈새 브랜드에 불과하던 천연‧유기농 브랜드가 이젠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한 셈이다. 과거 음식료 제품에 국한하던 관심은 제품 전반에 걸쳐 변화를 이끌어 낼 수준까지 높아졌다. 그런데 너무 많은 제품들이 다양한 수식어와 표현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천연‧유기농이란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제품을 뜻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소비자는 드물다.

‘100% 천연, 유기농’, ‘자연에서 온 제품’, ‘유기농 천연제품’ 등의 표현은 흔하게 보거나 듣는다. 그러나 이런 용어들을 사용했다고 해서 당연히 천연‧유기농 성분이 많을 것이라 신뢰할 수는 없다. 많은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화학성분 등이 첨가될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또 천연과 유기농은 다른 의미다. 일례로 식물추출물이 미량이라도 첨가됐다면 천연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유기농 제품은 재배 과정서 화학비료와 농약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 제품을 뜻한다. 물론 유기농에 대해 원료 재배방법, 원료 조합방법 등에 관한 각국 인증기관의 규정이 있다.

반면 천연에 대해선 뚜렷한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천연이란 표현이 마케팅 과정에서 쉽게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천연‧유기농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천연‧유기농’이란 이름이 붙으면 정말 건강에 좋은 것인지가 가장 궁금하지만, 허위‧과장광고를 내세운 가짜 제품 사례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지 못할 경우도 허다하다. 까다로운 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특별한 처벌 규정이 없어 유기농 표기를 앞세운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등장하는 것도 문제다.

일례로 유기농 화장품은 인증마크를 사용했다 해도 성분에 대한 인증인지 완제품에 대한 인증인지 자세히 명시돼 있지 않다. 천연 제품의 배합 과정에서도 활성 성분의 보전이 어렵고, 안정성이 떨어져 변색이나 향의 변질이 잘 일어나는 등 기존 제품과 다른 기술적 장벽이 있다. 유통 과정에서도 위험도가 높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재배 환경 기준이 엄격한 유기농 제품은 더 어렵다. 유기농 경작지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해 비용 부담도 높다. 결국 유기농 원료 비중이 높은 제품은 일반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국내 화장품과 생활용품 기업들도 다수의 천연‧유기농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지만 식품과 달리 인증제도 도입이 최근에서야 논의되고 있다. 반면 해외 인증으로 무장한 미국, 유럽 브랜드가 득세하고 있다. 약 80% 정도 수입 원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란 악재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연구개발과 마케팅, 제휴와 인수 등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행정당국의 지원도 뒤따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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