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그 이용 이익의 공정분배를 목적으로 유엔환경계획(UNEP) 주관 하에 1992년 5월 생물다양성 협약을 채택했다. 이번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고위급회의는 강원도 평창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Biodiversity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주제로 20여개국 주요 국제기구 수장과 50여개국 환경장관을 포함한 150여개국 당사국 대표 등이 참석한 무게 있는 자리였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전세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한국의 기여,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남북평화협력, 접경지역 보호를 위한 ‘평화와 생물다양성 다이얼로그(Peace & Biodiversity Dialogue)’ 제안 등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인한 생물종 감소를 경고하면서 한국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공적개발기금(ODA) 규모를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고위급회의 결과물로 채택된 ‘강원 선언문’은 향후 생물다양성협약 논의에서 이정표적 의미를 담고 있는 매우 중요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금년 9월부터 시작한 ‘유엔 포스트-2015 개발협력 의제’ 협상과 관련한 생물다양성 목표 강화 촉구, 2020년까지 세계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을 위한 평창로드맵 지지와 재원동원전략 협상진전 촉구, 과학기술협력 ‘바이오브릿지 이니셔티브’, ‘산림생태계복원 이니셔티브’, ‘지속가능한 해양 역량강화 프로그램’, ‘평화와 생물다양성 다이얼로그’ 등이 눈에 띤다. 각국의 환경정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생물다양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인식제고, 교육, 정책전환 등 개별국가의 노력 촉구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가장 큰 이슈인 재원확보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 대립으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물다양성 재원 이동에 대해 개도국은 2006~2010년 평균보다 2015년에는 두 배, 2017년에는 추가로 또 두 배 확충을 요구하는 반면, 선진국은 2015년 또는 2020년까지 두 배 확충하고 당사국에게 자국 내 재원동원령을 요청하고 있다. 선진국의 지원과 개도국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모두 필요하지만 조속히 적정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무분별한 개발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해양생물 남획금지 역시 어민 생계와 직관된 문제라 각국 정부가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물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 공유 지침을 담은 나고야의정서에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미국 등이 비준하지 않은 한계를 보였다.

이번 제12차 총회에서도 역시 생물다양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자국이익을 위한 치열한 물밑다툼이 이어졌지만, 우리는 접경지역인 DMZ에서 생태계 보전이 국가 간 관계 개선과 지역 내 평화증진에 기여할 수 있음을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 생태·협력·평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가 속행되고, 남과 북이 많은 부분에서 실질적인 합의점을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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