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국정감사가 끝났다. 환경부를 상대로 한 국감 첫날은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 합의에 실패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고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환경부로서는 두 번 받아야 하는 국감을 한 번만 받았으니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마지막 날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은 저탄소차협력금제였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차 비율이 60%를 초과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 2009년부터 추진됐지만 자동차업계가 준비 부족을 이유로 시간을 더 달라 요구해 2015년으로 미뤘는데, 시행 6개월여를 앞두고 또 연기되면서 환경부로서는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비판 받는 대상은 윤성규 환경부장관이다. 2020년 이후로 시행 연기를 발표하던 지난 9월2일 환경부 고위 간부는 “공직생활 가운데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었다”라며 분루(憤淚)를 삼켰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환경부 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부들을 불러 왜곡된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도시행 연기를 끝내 관철시킨 이유를 따져 물었다.

그러나 환노위 위원들의 적극적인 비호 속에서도 정작 윤성규 장관은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서 부처 간 다투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 쳐도 최소한의 소신은 지켰어야 했는데도 말이다. 환경부 실무자들이 기재부와 산업부, 자동차업계를 찾아다니며 2015년 시행에 따라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할 때 윤 장관은 뭘 했는지 궁금하다. 국감장에서 윤 장관은 “5~6회 부처 협의를 거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탄소협력금제는 불안정한 제도”, “조세연구원 연구결과도 나름 이유 있다”라는 등 도대체 규제부처 수장인지, 자동차사 회장인지 구별이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윤 장관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외치며 규제 8%를 없애겠다고 밝혔을 때 윤 장관은 다른 부처보다 한 발 더 나아가 “10%를 없애겠다”며 충성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고, 차관 이하 환경부 직원들은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환노위 국감에서 의원들이 윤 장관을 향해 ‘장관직을 걸고라도 (저탄소협력금제를)관철시키라’고 주문한 것 역시 그가 책임져야 할 환경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마저도 ‘환경과 안전을 위한 규제는 손대지 않겠다’라고 공언한 마당에 윤 장관이 규제철폐에 앞장 서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환경부 직원들이 발로 뛰며 만든 정책이 하루아침에 부처 이기주의에, 산업계 압력에, 정치적 논리에 밀려 쓰레기통에 쳐 박힐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집안의 가장이 식구들을 지키듯, 부처의 수장이라면 조직원들의 충성만 바랄 것이 아니라 환경부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고, 직원들의 의지를 수호하는 방패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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