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저감이라는 막중한 과제 앞에 세계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화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열린 도시에너지 세미나에 참여한 각국의 석학들도 효율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시스템의 일종으로 소규모 지역에서 전기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작은 전력체계인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를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에너지를 낭비하는 소비행태나 관행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 에너지 효율화산업은 빙산과 같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냉장고, 엘리베이터 등 생활 속에서 접하는 전자제품들 속에는 전기를 잡아 먹는 모터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서부터 에너지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효율화정책은 우리에게 도전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중국은 에너지 효율화 정책으로 2015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GDP 대비 16%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고, 산업계도 21%를 목표하고 있다. 중국 남부 지역에는 옥상에 태양열 집열판을 많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변했으며, 전기차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을 완전히 변화시킨다는 계획으로 2050년까지 전기생산시 재생에너지 비율을 80%까지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

스웨덴의 경우 도시 대기질 개선을 위한 목표를 50년에 걸친 장기 계획으로 세워 지역난방시스템을 재생에너지원으로 옮겨가도록 했고, 자전거 전용도로와 인프라를 마련하고 전기 자전거 수요를 늘려 출퇴근 시 이용을 높여가고 있다. 영국 런던 등 도시의 경우 분산형 에너지 및 탄소배출 감소목표 달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기업과 민·관이 합작 투자한 에너지서비스기업(ESCOs)이 지방정부에 의해 설립됐다.

서울시 노원구의 경우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121세대 규모의 에너지절약형 패시브 하우스를 착공해 2016년에 완성될 예정이다.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아 간과되는 창틀·문틀의 틈새와 잘못된 닥트 배치 등으로 에너지소비가 많다는 사실에 착안해 건축물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기 위한 설비의 역할이 강조됐다. 실증 사업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 작금의 분위기에서 실용화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54%를 차지하는 것이 난방분야이고, 주택용 에너지의 70%도 난방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필요하다. 세계는 에너지 효율화가 신재생에너지 개발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수요관리는 무엇보다 우선하는 에너지정책이 돼야 한다. 소비를 허용하면 한이 없다. 국민들과 산업계,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주체들이 절제, 절약을 습관화해야 하며, 국제간 공조 그리고 중앙과 지방정부간 공조 등 주체 간 공조시스템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불공평하다고 꼽히고 있는 에너지 가격과 지원 문제도 공론화하고 해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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